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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을 비롯한 주요국의 빠른 금리 인상 등 긴축 정책이 전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 반면 물가는 경기가 꺾이는 것에 비해 빠르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내후년까지도 목표치(2%)를 상회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 총재는 내년말 금리 인하 기대를 최대한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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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2.6%로 석 달 전 전망치를 유지했으나 내년 성장률은 2.1%에서 1.7%로 0.4%포인트나 하향 조정했다. 2024년에야 2.3%로 다시 잠재성장률 수준(2%)으로 회복한다. 연말까지 프로젝트 파이낸싱 자산담보부 기업어음(PF-ABCP)이 20조~30조원 만기도래하는 가운데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거래가 줄어드는 등 단기금융시장의 유동성 위축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둔화 우려와 금융시장 불안 속에 금통위원들은 최종금리를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지만 3.5% 지지자들이 다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본인을 제외하고) 최종금리 3.5%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금통위원은 3명, 3.5%에서 3.75%로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금통위원이 2명, 3.25%에서 멈추자는 금통위원이 1명”이라며 “금융안정 필요성, 성장세 둔화, 고물가 지속,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정책 변화에 따른 외환시장 변동 등 어느 쪽에 중점을 둘지에 따라 금통위원별로 의견이 달라 유연성을 갖고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 인상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음에도 쉽게 금리 인상을 못 멈추는 것은 물가 때문이다. 물가상승률은 올해와 내년 각각 5.1%, 3.6%로 0.1%포인트씩 하향 조정해 경기가 꺾이는 것에 비해 물가는 덜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2024년 물가상승률도 2.5%로 목표치(2%)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채권시장에선 내년 말 기준금리 인하를 전망하고 있으나 이 총재는 이러한 기대감을 최대한 억제했다. 한은 전망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성장률이 1.3%로 고꾸라지지만 하반기에는 2.1%로 잠재 수준을 넘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내년 하반기 물가상승률은 3.1%로 석 달 전 전망(2.9%)보다 외려 상향 조정됐다.
이 총재는 “물가 수준이 목표 수준으로 충분히 수렴하고 있다는 증거를 확보한 후에 금리 인하에 관해 논의하는 것이 좋겠다”며 “지금 언제 금리를 인하할 것인지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