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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장 주목을 받는 이색 와인은 ‘내추럴 와인’(natural wine)이다. 내추럴 와인은 이름 그대로 자연을 존중해서 만든다. 대량 생산하는 기존 컨벤셔널(일반적) 와인과 달리 포도 재배부터 숙성에 이르기까지 사람의 손길을 최소화하고 보존제 등 화학약품을 쓰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다품종 소량으로 취급되고 가격 역시 상대적으로 고가 라인을 형성한다. 친환경적 요소를 강조해 특정 연도와 지역에서 생산한 와인의 개성을 상징하는 빈티지(vintage)가 강한 편이다. 같은 와이너리(와인 양조장)에서 동일 떼루아(terroir·재배환경)로 생산한 제품들도 서로 조금씩 맛과 풍미가 다른 게 매력으로 꼽힌다.
‘프랑스 와인’도 보르도(Bordeaux), 부르고뉴(Bourgogne), 샹파뉴(Champagne), 피노 누아(Pinot Noir) 등 널리 알려진 전통적 고급 와인뿐 아니라 최근 캐주얼한 다양한 중저가 제품들의 발굴과 국내 진출이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보르도 지방에 와이너리를 소유한 이카르드가 선보인 ‘스마일리(Smiley) 와인’과 ‘르샤(Le Chat) 와인’을 꼽을 수 있다.
‘스마일리 와인’은 1972년 프랑스인 프랭클린 루프라니가 창작해 지난 50여년 동안 전 세계인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아이콘 스마일리 브랜드가 함께 만든 와인으로, 일상에서 프랑스 와인을 더 쉽고 편하게 즐기면서 행복과 웃음을 전파하자는 취지로 지난 2020년 탄생했다. 국내 주류 수입유통사 뵐페 리미티드를 통해 한국 시장에도 선보였다. 와인병에 붙은 빨강·주황·노랑·파랑·보라 5종의 스마일 캐릭터 라벨이 특히 젊은 여성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이카르드는 스마일리 와인에 이어 코믹한 고양이 캐릭터를 탄생시킨 벨기어 작가 필립 겔뤽과 함께 만든 ‘르샤 와인’을 최근 뵐베 리미티드를 통해 또 한 번 국내에 소개했다. 르샤 와인은 여름철 얼음을 담아 온 더 락(On the Rock)으로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로제 카니큘’(Rose Canicule) 와인이다. 레드 와인 메를로(Melrot) 품종과 콜롱바드(Colomnard)를 최적의 비율로 블렌딩해 맑고 순수한 분홍색을 띠고 풍부한 과일 아로마를 자랑한다. 가격은 2만원대로 야외 활동이 느는 요즘 나들이와 각종 파티 등 일상 속에서 캐주얼하게 즐기기 좋다는 평가다.
독일(도이칠란드)산 대표 와인 ‘리슬링’(Riesling)도 최근 입소문을 타며 찾는 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 독일의 대표 강인 라인(Rhein)강 계곡 지역이 원산지인 청포도 품종으로 만들며 샤르도네, 쇼비뇽 블랑과 함께 세계 3대 화이트 와인으로 꼽힌다. 포도 수확이 잘 되는 따뜻한 남유럽과 달리 상대적으로 북쪽에 위치해 춥고 척박한 환경의 독일 지역에서 강물에 반사한 햇볕으로 재배한 포도로 만든 게 시초로 알려져 있다. 리슬링은 떼루아와 향이 다채로운 포도 품종으로 향수와 같은 꽃 향기를 가지고 있으며 산도 또한 매우 높아 숙성 잠재력이 높은 화이트 와인으로 인기가 늘고 있다.
다만 이들 제품은 흔히 들어 온 대중적인 인기 와인 제품이 아니고 유통력도 약하다 보니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일반 소매 채널에 입점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신 다양한 품목 취급 니즈가 있는 일부 와인바와 레스토랑, 와인전문점 혹은 커피숍과 플라워숍 등 개별 매장들과 협업해 소량 입점 판매하는 방식을 택한다.
서울 한 와인바 점주는 “요즘 들어 젊은 MZ세대 고객들을 중심으로 일상과 각종 기념일을 즐기기 위해 기존에 유명한 레드·화이트 와인 브랜드 대신 새롭고 개성이 강한 제품들을 찾는 경향이 늘고 있다”며 “개별 취급 방식으로 수량은 적은데 찾는 분들이 늘면서 납품가가 2만원대였다면 최근 3만원대로 오르는 등 가격 오름세도 이어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