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의 한 우회전 차로에서 1시간 가량 우회전 차량들이 `일단정지`를 잘 지키는지를 살펴봤다. 1시간 동안 무려 76대의 차량들이 보행자가 횡단보도에 있거나 건너려는 의사를 분명히 보였는데도 정지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
|
앞서 지금까지는 우회전 차량이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만 일단정지 의무가 있었다. 이날부터 적용되는 새 도로교통법은 인도에 있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기다리고 있어도 의무적으로 일단정지를 해야 한다.
일단정지를 지키는 차량도 더러 있었지만 완전히 정차를 하는 차는 찾기 어려웠다. 보행자가 건널 때까지 서행을 하는 경우는 `양반`이었다. 보행자가 횡단보도에 진입했는데도 더 속도를 올려 횡단보도를 먼저 지나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서대문역에서 불과 200m 떨어진 곳에 경찰청이 자리 잡고 있다. 유동인구도 많고 경찰청까지 지근거리에 있는 곳도 이럴진대 인적이 드물거나 어두워진 거리에서는 더 많은 차량들이 일단정지를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일단정지 의무를 지키지 않은 한 운전자는 “오늘부터 (새 도로교통법이) 적용되는 건 알고 있었는데 몸에 익지 않아 완전 정차가 쉽지 않았다”라며 “습관적으로 지나치던 버릇을 신경써서 고쳐야겠다”고 말했다.
경찰이 도로교통법규를 강화하는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비 높은 사고율 및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서다.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지만 보행자 사망사고율이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는 38.9%로 OECD 회원국 중 두번째로 높다. OECD 평균 19.3%보다 2배 가량 많고 핀란드 7.1%보다 월등하게 높았다.
경찰 관계자는 “전방 신호가 적색일 때 우회전이 가능한 국가는 많지 않다”라며 “보행자가 있으면 주의를 기울이고 건널 의사가 확인되면 정지하면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