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사상 첫 저물가 설명 나선 한은 총재…"유가 급락 탓"

김정남 기자I 2016.07.14 16:46:17

이주열 한은 총재, 전세계 전례없는 물가설명회
"국제유가 급락으로 물가상승률 0.8%P 낮아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14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은 본관 기자실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제 운영상황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경계영 기자] “오늘 오전보다 기자분들이 더 많이 오신 것 같네요.”

14일 오후 2시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의 기자실. 이날 오전 11시 7월 기준금리(연 1.25%) 동결 사실을 알렸던 이주열 한은 총재는 점심 직후 다시 기자들 앞에 섰다. 이름하여 ‘물가안정목표제 운영상황 설명회’. 오는 2018년까지 3년간 달성해야 할 물가 목표치를 연 2.0%로 제시하고 이에 6개월 연속으로 0.5%포인트 이상 높거나 낮을 경우 그 원인과 대응책을 직접 설명하기로 천명한 데 따른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 0.8%를 기록했고, 2월(1.3%) 3월(1.0%) 4월(1.0%) 5월(0.8%) 6월(0.8%) 내내 한 차례도 목표치에 접근하지 못 했다.

이 총재는 다소 긴장돼 보였다. 그럴 만도 했다. ‘물가안정’ 책임이 있는 중앙은행의 수장이 국민에게 직접 그 이유를 설명하는 건 전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다. 그나마 일부 국가에서만 서면을 통할 뿐이다. 이 총재는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른 나라들을 보니까 (직접 나오는 곳이) 없더라”라고 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 전세계 전례없는 물가설명회

한은이 설명한 저(低)물가의 원인은 예측대로였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보다 크게 떨어진 국제유가가 올해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8%포인트 떨어뜨린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유가는 상반기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최저 20달러 중반대까지 떨어지기도 하는 등 전년 동기 대비 35%가량 하락했다. 국제유가가 급락하면 원유 등 에너지류의 수입액이 급감하고, 이는 경제 전반에 퍼질 수밖에 없다.

한은이 물가 결정 요인을 공급과 수요로 각각 나눠 분석한 결과도 비슷했다. 지난 2013년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포인트 떨어졌는데 이 가운데 공급 요인이 4분의3 정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제유가가 물가상승률을 0.92%포인트 떨어뜨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농산물가격도 0.50%포인트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 역시 물가를 0.11%포인트 내렸다. 이 총재는 “현재 저물가는 상당부분 국제유가 하락이라는 공급 충격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

저물가는 전 세계적인 추세라는 게 한은 측 설명이다. 원유뿐만 아니라 원자재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며 다른 나라 물가도 끌어내렸다는 것이다. 실제 1~5월 기준으로 영국, 스웨덴, 뉴질랜드의 물가상승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0.3%, 0.7%, 0.4%에 그쳤다. 일본은 -0.1%를 기록했다.

한은이 오히려 더 설명에 심혈을 기울인 건 원인보다 책임 부분이다. 담당인 한은 조사국 산하 물가분석부 등 많은 인사들은 그간 물가안정목표제로 제시된 2.0%는 중기적 시계(3년)에서 수렴시키려 하는 지향점이고, 이날 자리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책임이 아니라 ‘진행상황을 설명하는’ 책임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 총재는 “(물가를) 통화정책으로만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번 설명회는 대국민 소통을 키웠다는 긍정론과 동시에 한은의 물가 책임은 더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만에 하나 저물가 기조가 계속되면 이 총재의 설명회는 반복될 것이고, 물가안정이 제1의 목표인 한은의 책임론도 불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 전통적인 물가안정 개념이 ‘디플레이션 파이터’로 확연히 돌아서는 변곡점이라는 해석도 있다.

전년동기비, 올해 1~5월 기준(*는 1~6월 중). 자료=한국은행.


◇7월 기준금리는 동결…“인하 효과 더 지켜보자”

한편 한은은 이날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동결했다. 지난달 ‘깜짝’ 인하했던 효과를 더 지켜보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연구실장은 “국내 경제가 전반적으로 뚜렷하게 호전되거나 어느 한쪽으로 방향성이 강해지는 흐름이 아니다”라면서 “브렉시트가 실물경제 등에 줄 영향도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나타날 전망이어서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