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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10년…40대 철거민 도봉산서 숨진 채 발견

김보겸 기자I 2019.06.24 18:05:38

용산참사 철거민 40대 김씨…"극단적 선택 추정"
10년 전 망루농성 참여했다 징역형 선고받아…출소 이후 우울증 시달려
진상규명위 "검경과 국가가 그의 죽음 책임져라"

용산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서울 용산구 옛 남일당 건물 터에서 새 건물 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40대 용산 참사 철거민이 서울 도봉산 자락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지난 23일 오전 9시 30분쯤 도봉구 도봉산 천축사 부근 숲에서 김모(49)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은 김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김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주장했다. 진상규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김씨가 22일 저녁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잘못되어도 자책하지 마라’고 연락했다”고 밝혔다. 진상규명위원회에 따르면 김씨는 용산4구역에서 식당을 운영하다 2009년 재개발을 위한 강제철거에 반대하는 남일당 건물 망루 농성에 참여했다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 혐의로 4년형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3년 9개월간 복역하다 가석방으로 지난 2012년 10월 출소했다.

김씨는 출소 이후 우울증 증세를 보였으며 최근 몇 개월 전부터 증세가 나빠져 병원치료를 받으며 우울증 약을 복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상규명위는 “김씨가 출소 후 배달 일을 하며 노모를 부양했는데, 높은 건물로 배달일을 갈 때는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괴로워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진상규명위는 정부가 용산참사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진상규명위는 “정부는 국가차원의 독립된 진상조사 기구를 통해 검경의 부족한 진상규명을 추가로 규명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진상규명위는 “그의 죽음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다”라며 “10년이 지나도록 과잉진압도, 잘못된 개발도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고 오직 철거민들에게만 책임을 온전히 뒤집어쓴 채 살아가도록 떠민 경찰과 검찰과 건설자본과 국가가 그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용산참사는 2009년 1월 19일 서울 용산구 재개발사업과 관련해 상가 임차인들이 건물 옥상에서 농성을 시작하자 이튿날 아침 서울지방경찰청 특공대가 강제진압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농성자 20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반면 경찰에 대해선 진압작전이 위법하다 보기 어렵다며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이와 관련해 앞서 지난달 31일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당시 경찰이 농성장 주변의 화재발생 위험이 매우 컸는데도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진압작전을 강행했으며 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소극적이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검찰에 사건 관련 철거민들과 유족들에 대해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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