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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부부 피부양자 인정 후 자격박탈에 건보공단 “혼란 사과”

이재은 기자I 2022.10.13 21:50:55

강도태 건보공단 이사장 국감 발언
“접수 때 동성부부 사실혼 인지 못해…담당자 잘못”
김용민·소성욱씨 부부 “동성부부 사실혼 명시했다”
2020년 2월 피부양자 인정…8개월 뒤 자격 박탈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강도태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과거 건보공단이 동성 사실혼 부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했다가 8개월 뒤 취소한 것에 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강도태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13일 오전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부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1)
강 이사장은 13일 강원도 원주시 건보공단 본부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김용민(32)·소성욱(31)씨 부부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한 후 취소한 것을 비판하자 “행정 처리 실수로 혼란을 드려 이사장으로서 사과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애초에 접수할 때 그런 부분을 충분히 알지 못하고 인정했던 것 같다”며 “담당자가 업무 처리를 잘못했다”고 설명했다.

강 이사장은 건보공단이 사실혼 배우자 피부양자를 인정하는 이유에 대해선 “직장가입자와 동거하며 생계를 의존하는 사실혼 배우자를 보호하려는 취지”라고 전했다.

사회 활동가인 김씨·소씨 부부는 이날 국감장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2020년 피부양자 자격이 인정됐다가 취소된 것에 관해 이야기했다.

2019년 결혼한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린 뒤 건보공단에 사실혼 배우자 피부양자 자격 인정 여부를 문의했고, 건보공단 측으로부터 2020년 2월 인정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들은 문의 당시부터 동성부부 사실혼 관계라는 사실을 명시했고, 건보공단 측의 답변과 안내에 따라 피부양자 관계를 등록했다고 강조했다.

동성 사실혼 부부에 대한 피부양자 자격 인정이 김씨·소씨 부부의 언론 인터뷰로 알려지자 건보공단은 8개월 뒤 “동성 사실혼 부부 인정은 업무 처리 착오였다”고 전화로 통보했다. 이후 피부양자로 인정됐던 소씨의 자격은 취소됐고 건보공단은 소씨를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 전환해 건강보험료를 청구했다.

이에 김씨·소씨 부부는 건보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1심 법원은 “현행법 체계상 동성인 두 사람의 관계를 사실혼 관계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은 현재 후속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김씨는 이날 국감장에서 “국가 기관으로부터 인정받았던 자격과 권리를 한순간에 전화 한 통만으로 다시 박탈당했다”며 “이는 명백한 차별이며 사회 보장을 증진한다는 건보공단의 미션과 어긋난다”고 말했다.

소씨 또한 “성소수자들은 평생에 걸쳐 심각한 사회적 차별과 인권 침해를 경험한다”며 “한국 사회의 오래된 제도와 시스템은 다양한 가족 관계를 포함하지 못하고 있어 사회를 함께 구성하는 많은 이들이 배제·차별당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건보공단은 사실혼 부부 중 한 사람이 직장 가입자이고, 다른 한 사람이 상대에게 생계를 의존하는 경우에 대해 피부양자 자격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강 의원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최근 5년간 사실혼 배우자 피부양자 신청 건수 3562건 중 3560건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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