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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재벌개혁..재계 "소나기 피하자", 학계 "정치적 접근 안돼"

양희동 기자I 2017.05.29 15:12:43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열린 2차 전체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재벌개혁 문제와 관련해 “불합리한 비정상적인 기득권을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발언한바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양희동 남궁민관 성세희 기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도 안돼 재계와 재벌을 각각 ‘사회 양극화의 주범’, ‘불합리하고 비정상적인 기득권’ 등으로 규정하면서, 양측간 소통의 창구 자체가 막힐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재계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의 연이은 강경 발언에 “소나기는 일단 피하고 보자”며 잔뜩 움츠리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하루빨리 재계와 만나 서로 간의 오해를 풀고 소통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 학계에선 ‘재벌 개혁’이 정치적 구호가 아닌 객관적 근거와 실질적인 목표를 가지고 신중하게 추진돼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한다.

◇재계 “일단 지켜보자”…文 대통령과 조속한 만남 주장도

주요 경제단체들은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재계 전체를 ‘개혁’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드러내자, 관련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며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특히 문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맞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정부의 비판에 한발 물러서며 당분간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을 계획이다. 앞서 경총은 문 대통령이 지적한 김영배 부회장의 발언에 대해 “노동계의 지나친 요구에 대해 잘못된 점을 지적한 것”이라며 “문 대통령의 일자리 정책 방향을 반대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경총도 정부와 대립을 바라진 않을 것”이라며 “정부와 기업의 입장이 다르다면 논의를 통해 해결점을 찾아야지 서로 비판의 칼날을 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과 주요 경제단체장들 간의 만남이 최대한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모두 당선인 신분으로 선거가 끝난 지 6~8일만에 경제 5단체장들을 직접 만나 경제계 전반에 관해 의견을 나눈 바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방법이나 형식에 구애 없이 경제계 대표들과 만나 비정규직 문제 등 여러 관련된 얘기들을 솔직하게 들어봐야 한다”며 “재계도 경제 현안과 관련해 시급하게 논의할 부분들이 있는데 시간이 더 지나면 말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과거와 달리 현재는 각 경제단체마다 처한 입장이 서로 달라 한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경제 5단체 중에서도 문 대통령이 직접 비판한 경총이나 ‘최순실 게이트’와 연루돼 정경유착의 고리로 지목되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은 정부와 직접 대화에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또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는 “정부에게 우리가 따로 입장 정리를 하거나 뭐라고 말할 처지가 안된다”며 발언 자체를 피했다.

◇학계 “재벌 개혁은 객관적 근거 필요”…기업과 소통 필요

학계에선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 관점에서 재벌을 ‘양극화의 주범’으로 몰아세우며 뚜렷한 목표 없이 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재벌 개혁은 표를 얻는데는 유효하지만, 목표가 불분명하고 비판들도 대부분 객관적 근거가 없다”며 “실제 우리나라 재벌 중 돈을 버는 기업은 석유화학, 반도체 등 극소수 산업에 불과해 위기의식이 엄청난데 정부가 옛 시각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든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우리나라 경제 문제가 재벌에 의해 초래됐다는 의식 자체도 검증이 필요하고 그 원인을 다 재벌로 돌리는 것은 객관적이지 않다”며 “노동시장은 정부가 시장 자율이나 노동법 개정이 아닌 일방적인 정치 행위로 교란하면서 반대 목소리를 누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경제 정책의 협력 대상인 재계 및 기업과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는 소통으로 이뤄지는 것이고 정권이 경제 정책을 수립할 때는 대상이 되는 기업의 이야기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처럼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재계와 각을 세우는 모양새는 나중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이 물론 문제점이 있겠지만, 우리 경제가 저성장 국면과 불황을 탈피하기 위해선 결국 기업 활동이 살아나는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역할은 기업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에 대해서도 안 교수는 “비정규직이 나오게 된 원인을 제거해야 문제가 해결된다”며 “정규직 과보호로 인해 생기는 문제이기 때문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해서 해결되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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