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에 멀어진 산타랠리…코스피 전망 줄하향

이지현 기자I 2021.11.29 17:55:24

코스피 2900선 지켰지만…밝지 않은 12월
내년 코스피 2610선 최저 수준 전망 제시도
일각 ‘위기는 기회’…저점 매수 기회 될수도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12월 기대했던 산타랠리는 물 건너간 것일까.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출현에 코스피는 1% 가까이 하락하며 2900선으로 주저앉았고 코스닥도 11거래일 만에 1000선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 주말 뉴욕 증시가 2% 넘게 급락한 것에 비하면 국내 증시는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지만, 이후 상황을 예단할 수 없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각국이 다시 빗장을 걸어잠그고 있어 회복세를 보였던 글로벌 경기가 다시 꽁꽁 얼어붙을 수 있어서다.

증권사들도 잇달아 내년 코스피 전망 하향조정에 나섰다. 내년 코스피 3700선을 제시했던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3350선으로 눈높이를 낮췄고 대신증권도 코스피 하단을 2610선으로 내렸다. 내년 1분기 글로벌 공급난 해소 이후 빠른 경기 회복 기대감이 감돌기도 했지만, 오미크론이라는 변수에 기대는 우려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오미크론 충격에 코스피지수가 0.92% 하락한 2909.32로 마감한 29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 마감가가 표시돼 있다.(사진=연합뉴스)


악영향 학습효과에 단기 영향만

2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92%(27.12포인트) 내린 2909.32에 거래를 마쳤다. 오미크론 충격에 개장 직후 2890선까지 하락했지만, 낙폭을 축소, 확대를 거듭하며 2900선을 지켰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3.55포인트(1.35%) 내린 992.34에 거래를 마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오미크론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여전히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이에 따른 글로벌 경기 불안심리, 공급망 병목현상 악화 가능성에 대한 경계가 지속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오미크론의 출현에 12월 증시 전망도 밝지 않은 상태다. 신영증권은 12월 코스피 예상 밴드(범위)로 2770~3130선을, 신한금융투자는 2750∼3000선을 제시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세계 주식시장이 델타 변이 확산 국면에서 조정을 보였으나 백신 효과성 입증 후 반등한 바 있다”며 “이번에도 백신 효과성 데이터 확인까지 걸릴 2주간 변동성에 노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이보다 소폭 높은 2810~3080으로 제시했다. 이재만 하나금투 연구원은 “지난해 9월 영국, 10월 인도, 12월 브라질 변이 바이러스 등장 당시 코스피가 고점 대비 저점까지 -7%(9월)와 -6%(10월)씩 하락했고 12월엔 영향이 없었다”며 “주식시장에 주는 악영향이 학습효과로 인해 약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 출현 이전부터 국내 증시의 내년 전망은 밝지 않았다. 대신증권은 코스피 예상 지수대로 2610~3330선을 제시했다. 10월 말까지만 해도 2700~3300선이었던 것을 소폭 하향 조정한 것이다. 이는 현재까지 제시된 내년 전망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유진투자증권도 내년 코스피 적정 수준을 2800~3400선으로 제시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국처럼 자체적인 내수의 힘이 세지 않은 국가일수록 오미크론 출현은 경기 정상화를 지연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궁극적으로 오미크론의 출현은 새로운 팬데믹(전세계 대유행) 쇼크라기 보다, 국가 간 산업간 차별을 더 심화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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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위기는 기회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주가하락이 저점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변이에 대한 시장 반응이 단기에 국한될 수 있다”며 “단기 투자자에겐 낙폭과대 시 매수(buy the dip)의 기회를 제공할 거다. 백신 무력화 우려에도 경구용 치료제에 대한 신뢰성이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모더나는 내년 초 오미크론에 대응할 수 있는 백신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화이자도 100일 내로 오미크론에 대응할 백신을 출하하겠다는 계획이다. mRNA 바이러스 벡터 방식으로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은 모두 유전정보만 바꿔주면 실험용 백신을 생산하는 것이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런 시기엔 다음 사이클 주도주를 입도선매(立稻先賣)하는 것이 방법”이라며 “주식시장은 늘 시대정신을 반영해왔다. 반도체와 에너지(원전·수소·ESS)를 비롯해 실물경제의 재고 비축과 투자 확대가 다음 사이클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일상회복 2단계 전환을 유보하고 앞으로 4주간 특별방역대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위드 코로나로 빠르게 비대면에서 대면으로 바뀌었던 분위기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허재환 팀장은 “경기민감주의 경우 피해야겠지만, 제약 바이오주, 비대면 관련주나 콘텐츠 관련주는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며 “문 대통령도 추가 방역 완화가 어렵다고 한만큼 비대면 관련 강점을 보이는 업종이 상대적으로 괜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만 하나금투 연구원은 “미국 제조업과 서비스업 배송운송지수 반등 시 국내 증시에서 매출량 증가 확률과 효과가 컸던 업종 등에 주목해야 한다”며 “반도체, 자동차, 화학, IT하드웨어, 화장품·의류 업종 내에서 2022년 순이익 추정치가 꾸준히 상향 조정된 기아(000270), 삼성전기(009150), LG이노텍(011070), F&F(383220)나, 최근 저점을 형성하고 있는 SK하이닉스(000660), 롯데케미칼(011170)에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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