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가자" 손목 잡았다면 강제추행…대법 "접촉 부위 아닌 동기 봐야"

남궁민관 기자I 2020.08.05 16:07:11

회사 회식후 함께 일하는 경리 직원 손목 잡아끌어
이후 사무실과 다른 회식자리서도 추행 이어져
1심 모두 유죄로 봤지만 2심서 사무실 추행만 인정
대법, 손목 잡아끈 행위 두고 재차 유죄로 뒤집어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회사 회식 후 함께 일하는 여성 경리직원에게 “모텔에 함께 가고 싶다”며 손목을 잡아끈 행위는 강제추행이 맞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피해자로부터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있어 접촉한 신체부위를 기준으로 판단하기 보다는, 실제 어떤 동기에 의해 접촉했는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취지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이데일리DB)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일부 무죄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7월 회사 직원 회식을 마친 후 함께 일하는 경리 직원 B씨와 단둘이 남게 되자 “모텔에 함께 가고 싶다”며 강제로 B씨의 손목을 잡아끌어 추행했다. 같은 달 A씨는 사무실에서도 B씨와 단둘이 있게 되자 뒤로 다가가 몸을 밀착시키는 식으로 B씨를 추행한 데 이어, 같은 해 10월 회사 직원 회식에서도 특정 신체부위를 만지며 재차 추행했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1, 2심에서 세 차례의 강제추행에 대한 유·무죄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A씨의 혐의 모두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3년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다만 2심에서는 사무실에서 벌어진 강제추행만을 유죄로 인정하고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1년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회사 직원 회식 중 벌어진 두 차례의 강제추행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결과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손목을 잡아끈 행위에 대해 “A씨가 접촉한 B씨의 신체부위는 손목으로서 그 자체만으로는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신체부위라고 보기 어렵고, 손목을 잡아끈 것에 그쳤을 뿐 B씨를 쓰다듬거나 안으려고 하는 등 성적으로 의미가 있을 수 있는 다른 행동에까지 나아가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성희롱으로 볼 수 있는 언동으로 볼 수 있을지언정 강제추행죄에서의 ‘추행’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직원 회식 중 특정 신체부위를 접촉한 세번째 강제추행 혐의와 관련해서는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B씨의 진술이 수차례 번복된 점을 들어 “B씨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고 그밖에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사건은 대법원 상고심에 이르러 다시 한번 뒤집어졌다.

대법원은 B씨 진술이 번복된 세번째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2심과 같이 무죄로 보면서도 손목을 잡아끈 행위에 대해서는 2심과 달리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A씨가 모텔에 가자며 B씨의 손목을 잡아끈 행위에는 이미 성적인 동기가 내포돼 있어 추행의 고의가 인정되고, 더 나아가 B씨를 쓰다듬거나 안으려고 하는 등의 행위가 있어야만 성적으로 의미가 있는 행동이라고 볼 수 없다”며 “A씨가 접촉한 B씨의 특정 신체부위만을 기준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지 여부가 구별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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