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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피·여성임원 발탁…안정 속 혁신 '구광모의 뉴LG' 완성

김상윤 기자I 2021.11.25 19:38:15

권봉석 LG전자 대표, 부회장 승진 후 COO로 임명
‘선택과 집중 달인’…LG그룹 미래먹거리 재편 속도
그룹 컨트롤타워 강화…홍범식·하범종 부문장 체제
신규 임원 중 40대가 60%…여성임원도 발탁 눈길

[이데일리 김상윤 최영지 신중섭 배진솔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혁신과 안정의 적절한 균형을 맞춘 인사를 단행했다. LG전자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권봉석(58·사진) 대표를 부회장으로 승진시킨 후 (주)LG 최고운영책임자(COO)로 끌어 올렸다. 대표적인 ‘전략 기획통’으로 ‘선택과 집중’의 달인인 권 부회장을 ‘그룹 2인자’에 앉히면서 예측 가능한 인사를 꾀하는 동시에 LG그룹 전반의 미래 사업재편도 속도를 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안되는 사업 과감히 포기..미래 먹을거리 발굴

권 부회장은 1987년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 사업기획실에 입사한 ‘정통 LG맨’이다. 2001년 모니터 사업부, 2005년 유럽 웨일즈 생산법인장을 역임하고 2007년 신설 부서인 모니터사업부의 수장을 맡아 LG전자 LCD 모니터를 세계 1위에 올려놓았다.

‘선택과 집중 달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2015년 TV 사업을 책임지는 LG전자 HE사업본부장(부사장)을 맡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진두지휘하면서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LG전자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패널 좌우를 구부려 화면 중앙이 움푹 들어가게 만든 ‘커브드TV’ 개발을 중단시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커브드TV가 향후 TV시장의 주력제품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이었고, 그의 전망은 적중했다.

권 부회장의 사업재편은 이어졌다. 2019년 말에 LG전자 최고경영자에 임명된 이후 오랜 기간 적자의 늪에 빠져 있던 휴대폰 부문인 MC사업본부에 대한 구조 개편을 통해 LG전자 실적 개선의 기반을 닦았고, 지난 3분기에는 LG전자가 18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LG전자의 전장사업은 향후 LG전자의 ‘미래 먹을거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후배들이 가장 같이 일하고 픈 상사’로 꼽히는 그는 수평적이고 합리적 리더십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LG전자 한 임원은 “회의를 할 때면 사전에 공유 받은 자료를 충분히 숙지하고 오시다 보니 상당히 효율적,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려 직원들한테 호평을 받는다”면서 “늘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이의가 합리적이면 수용하는 등 수평적 리더십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구 회장과 인연도 깊다. 그는 2013년말부터 1년간 ㈜LG시너지 팀장으로 일하면서 당시 부장직급이었던 구 회장과 인연을 맺었고, 권 부회장의 이같은 능력과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LG COO는 계열사 간 조율·조정 역할을 자리다. 권 부회장은 그간 LG전자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LG그룹 전반의 사업을 조율하고 나아가 미래 사업재편 등도 짤 것으로 예상된다.

홍범식 LG 경영전략부문장(좌), 하범종 경영지원부문장
미래 준비 위한 컨트롤타워 강화..젊은 인재·여성 임원 발탁도

㈜LG는 지주사 중심의 컨트롤타워 기능도 보다 강화한다. COO 산하에 미래신규 사업 발굴과 투자 등을 담당할 경영전략부문과 지주회사 운영 전반 및 경영관리 체계 고도화 역할을 수행할 경영지원부문을 신설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현 경영전략팀장인 홍범식 사장이 경영전략부문장을, 현 재경팀장인 하범종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경영지원부문장을 맡게 된다. 홍 사장은 구 회장이 2018년 취임 후 첫인사에서 가장 먼저 영입한 인물로 베인앤드컴퍼니 출신이다. 권 부회장을 도와 LG그룹 미래 사업 발굴에 보다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 사장은 ㈜LG 재경팀장을 맡아 그룹 전반의 재무 및 리스크 관리와 프로세스 체계화를 통해 사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 앞으로 ㈜LG 경영지원부문장으로서 재경, 법무, ESG, 홍보 등 경영지원 업무를 관장한다.

차기 LG전자를 이끌 수장은 ‘해외통’인 조주완(59) 최고전략책임자(CSO)가 맡는다. LG전자는 조 사장 승진 인사 외에도 부사장 3명, 전무 9명, 상무 37명 등 총 50명에 대한 승진 인사를 실시했다. LG전자는 철저한 성과주의를 기반으로 단기적인 사업성과뿐만 아니라 본원적인 사업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인재를 선발했다.

LG전자는 또 탁월한 역량을 갖춘 젊은 인재와 여성 인재를 발탁하고, 유능한 외부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해 혁신과 변화를 주도할 수 있도록 했다. LG전자는 지난해 외부에서 영입한 온라인 영업 담당 장진혁 상무를 1년여 만에 전무로 승진시키며 온라인 사업 경쟁력 강화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여성인 권혁진(45) 책임연구원, 신정은(41) 책임연구원은 고객 생활 방식과 시장 흐름을 연구하며 차별화한 제품·서비스 개발에 기여한 것으로 인정받아 상무로 승진했다. 신 상무는 1980년생으로 이번에 승진한 임원 중 가장 젊다.

LG전자는 또한 2명의 여성 임원을 외부에서 영입했다. 이향은(43) 성신여대 서비스디자인공학과 교수가 H&A사업본부 고객경험혁신담당 상무로 영입됐고, 글로벌 기업 P&G 출신 김효은(45) 상무는 글로벌마케팅센터 산하 브랜드매니지먼트 담당을 맡는다.

젊은 인재, 여성임원 발탁으로 조직도 훨씬 젊어졌다. 신규 임원 중 40대가 82명으로 62%를 차지하며, 전체 임원 가운데 1970년대생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41%에서 올해 말 기준 52%로 절반을 넘어섰다.

한편, S&I코퍼레이션 CEO에는 이동언(60) 부사장이 승진해 임명됐고, 경영개발원에 있던 김인석(60) 부사장은 LG스포츠 CEO에 선임됐다. LG디스플레이에 있던 서동희 부사장도 승진과 함께 LG경영개발원 정도경영TFT장을 맡는다. 김명규 LG디스플레이 모바일 사업부장이 사장으로, 문혁수 LG이노텍 광학솔루션사업부장 전무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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