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정전공포 떠는 시민들…"여차하면 호텔로 간다"

이용성 기자I 2021.07.19 17:41:29

폭염에 이번주 전력수급 난항 예상
정전사태 될까...불안감 고조
일부 사람들은 블랙아웃 '피신' 계획도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갑자기 웅 하더니, 2분인가 3분 정도 지나니까 다시 전기가 들어 오데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당황했습니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50대 김모씨는 이틀 전 동네 일대에 잠시 정전된 사태를 돌아보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뉴스 보니까 전기가 모자란다고 하던데, 그냥 (정전이) 안 일어나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력 사용량이 빠르게 늘면서 올여름 전력 수급에 고비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력 수급이 불안정세에 접어들면서 언제 정전사태가 발생할지 몰라 시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10시 6분께 서울 마포구 상암동 일대 아파트 3천762세대에 정전이 발생해 1시간여 만인 오후 11시께 복구됐다. (사진=연합뉴스)
폭염에 전력수급 이번 주 첫 고비…정전 사태 불안 고조

19일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와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한 주간 국내 전력 예비율은 10.1%~11.8%에 머물렀다. 전력이 나가도 일정 수준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예비로 두는 전력 비율인 예비율은 보통 10% 이상이 안정적인 수준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산자부는 7월 넷째 주에 전력 예비력이 가장 낮아져 ‘안정적인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4.2%~8.8%의 예비율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이른 폭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이번 주 예비력이 5.5GW 밑으로 떨어져 전력 수급 비상단계가 8년 만에 발령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비상단계는 예비력에 따라 1단계 준비(5.5GW 미만), 2단계 관심(4.5GW 미만), 3단계 주의(3.5GW 미만), 4단계 경계(2.5GW 미만), 5단계 심각(1.5GW 미만) 순으로 대책이 시행된다.

문제는 전력 수급 고비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기상청이 오는 20일부터 강력한 폭염을 예보하면서 전력 공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력 사용량 급증으로 인한 정전 사태가 이미 발생하기도 했다.

전날 인천시 미추홀구 용현동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 내 일부 세대에서 전기공급이 끊겼다. 같은 날 인천시 거수 당하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도 2개 동의 전기 공급이 갑작스레 멈췄다. 지난 16일 서울 은평구 일대에도 1~2분가량 정전이 발생해 약 17000여세대가 불편을 겪었다.

‘블랙 아웃’될까 시민들 ‘벌벌’…‘피신’ 계획도

당국이 전력난을 예고하자 시민들은 언제 정전이 일어날지 몰라 불안감에 떨고 있다.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A(30)씨는 “최근 에어컨 선풍기 ‘풀가동’했더니 일시적으로 집안의 전기가 꺼진 적이 있다”며 “대규모 정전 사태를 대비해 냉장고에 음식물을 최대한 비축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일부 사람들은 정전사태를 대비해 ‘피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직장인 김모(29)씨도 “여름철 전기를 많이 쓰다 보니 누전 차단기가 내려가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며 “집에 있으면 언제 정전이 될지 모르고 하던 업무도 마비되기 때문에 귀찮더라도 카페에 나가 업무를 본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최모(47)씨도 “작년 이맘 때쯤 아파트 전체 블랙아웃으로 지옥의 밤을 보냈다”며 “그때의 악몽이 떠올라서 올해도 정전이 발생하면 주저 없이 호텔로 달려가 머물 계획”이라고 전했다.

서울 도봉구에 거주하는 이모(50)씨는 “전력난에 대비해 아파트에서 변전기를 신형으로 증설하는 공사를 미리 한다”며 “공사로 인해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20일 아침부터 12시간 정도 집사람과 아이들이 호텔로 ‘피신’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정부는 사상 초유의 전력난으로 인한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할까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같은 날 사상 초유의 전력난을 대비해 “폭염기 전력 예비율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산자부는 19일 청사 소속 기관 등에 일정 시간 동안 에어컨 사용을 일부 중단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