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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은 월급 반납 회장은 30억 퇴직금 알뜰히" 전원해고 푸르밀 사태

김화빈 기자I 2022.10.19 18:59:29

신준호 전 회장 "3등 회사 살릴 방법 없다"
푸르밀 직원 "전형적 악질 오너…본인들 잇속만"
전문경영인→오너 체제로 적자전환돼

[이데일리 김화빈 기자] “직원들은 기본급을 삭감하고 하루 1시간씩 단축 근로를 하며 비용절감에 동참했다. 그런데 퇴직금 30억 원을 챙겨 나간 신준호 전 회장이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다니….”

푸르밀 40주년 기념 행사서 케이크 커팅하는 오너 일가 (왼쪽부터) 신동환 대표, 신준호 전 회장, 배우 하지원 (사진=연합뉴스)
‘범롯데가’ 유통업체 푸르밀이 오는 11월 30일부로 사업을 접는다. 푸르밀은 사전 협의 없이 이메일로 350여명의 직원에게 일괄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갑작스러운 ‘정리해고’에 직원들 사이에선 허망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직원들은 어려운 회사사정을 극복하기 위해 자구노력을 다했다고 입을 모았다. 고용노동부는 푸르밀의 임직원 전원 해고 통보에 절차·요건 상 해고가 합당한 지 조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19일 한겨레에 따르면,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자 지난해부터 푸르밀 본사 부서장들과 직원들은 비용 삭감에 동참했다. 부서장들은 30%씩 기본급을 삭감했고, 직원들은 소정근로시간을 1시간씩 단축해 임금을 반납했다. 지난 1월 신 전 회장은 푸르밀로부터 30억 원의 퇴직금을 지급받았다.

푸르밀 한 직원은 한겨레에 “직원들이 자구 노력을 하는 동안 퇴직금까지 알뜰히 챙겨 나간 신 회장이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직원들에게 돌리고 있다”며 “내년에 딸이 대학에 입학하는데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법인을 청산하면, 그동안 받아온 영업손실에 따른 법인세 감면 혜택을 토해내야 하기 때문에 공장 문을 닫아도 폐업은 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돈다”며 “본인들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할 뿐, 직원들을 돌보지 않는 전형적인 ‘악질 오너’가 아니냐”고 토로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푸르밀은 2009년부터 2017년 전문경영인 남우식 전 대표 체제에서 꾸준히 영업이익을 냈지만, 2018년 신 전 회장 차남인 신동환 대표이사 체제로 바뀌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전문경영인 체제인 2017년 매출액 2575억 원 영업이익 15억 원가량 기록했던 푸르밀은 신 대표이사 체제에서 매출이 2301억 원으로 급감하고 15억 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면서 적자 전환했다. 푸르밀은 지난해 124억 원의 영업손실은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선 엘지(LG)생활건강과의 매각협상도 진행됐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한편 신 전 회장은 전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회사를 살릴 방법이 없다. 자산을 매각해서 될 게 아니다”라며 “우유 산업이라는 게 근본적으로 안 되는 상황이다. 특히 3등 회사는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자산을 매각해서 될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직원들보다 10배 더 걱정이 많다. 끝까지 (회사를 살릴) 노력은 해 보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성곤 푸르밀 노조위원장은 전날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과의 인터뷰에서 “저희는 인원 충원 요청도 안 했고 인원 축소도 많이 했었다. 임금 삭감까지도 반강제적인 상태였다”며 “회사는 노조나 직원들보다도 더 회사를 살릴 수 있는 연구를 안 했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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