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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과 ‘날리면’ 둘러싼 고발전…수사 관건은

이용성 기자I 2022.10.05 17:08:56

경찰, 보수·진보 양쪽서 고발장 7건 접수…“수사 중”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
법조계 “어떤 경우든 MBC 형사처벌 어려워”
진보 쪽 맞고발도 ‘공수표’ 가능성 높아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 중 불거진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국민의힘과 시민단체 등에서 고발장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윤 대통령의 발언을 둘러싸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국정감사가 파행하는 등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시선은 고발장을 받아든 경찰의 수사 결과에 쏠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발언에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자막을 달아 보도한 MBC 뉴스 장면(사진=MBC 유튜브 갈무리)
5일 경찰 등에 따르면 대통령 해외 순방 중 불거진 발언과 관련해 접수된 고발장은 총 7건이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전날 기자 간담회에서 “명예훼손·업무방해 등 6건, 무고 1건 등 7건의 고발장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 MBC 편파·조작 방송 진상규명 특별위원회는 MBC 관계자들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덩달아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인 자유대한호국단과 서민민생대책위원회, 이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MBC 측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및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들이 맞불을 놨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지난달 28일 윤 대통령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민생경제연구소 등 시민단체도 이종배 시의원이 무고했다며 국가수사본부에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총성 없는 ‘고발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고발장을 접수한 경찰은 수사를 위해선 먼저 윤 대통령의 발언이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판단해야 한다. 법조계에서는 어떤 발언이든 관계없이 형사 처벌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바이든’일 경우 MBC는 대통령이라는 공인이 공식 행사의 발언을 사실 그대로 보도한 것으로 여권에서 제기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가 성립이 안 된다. ‘날리면’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방송사에서 허위로 인식할 만한 개연성이 있거나 비방의 고의성이 없고, 공익성이 인정되면 위법성이 조각된다. 어느 쪽이든 법적으로 입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범한 법무법인YK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바이든’이었다면 공인의 공식 행사의 사실을 보도한 것이므로 죄가 되지 않고, ‘날리면’이라더라도 비방할 목적으로 보도했다는 고의성 여부가 객관적으로 입증이 쉽지가 않아 형사 처벌 가능성이 작다”고 설명했다. 김준우 변호사도 “경찰이 해당 발언에 대해 분석을 하겠지만, 사람마다 다르게 들릴 가능성이 있어 허위로 자막을 조작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진보 단체 등의 고발 또한 ‘공수표’에 불과하다고 법조계에서는 판단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진상조사를 지시하면서 사실상 언론 탄압을 했다”며 윤 대통령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고발했으나 대통령은 재직 중에 형사소추권이 없다. 윤 대통령 발언을 어떻게 보든, 이 시의원에 제기된 무고 혐의 고발 건 역시 혐의 성립이 쉽지 않다. 이 시의원이 낸 고발장에 허위 내용이 있었는지가 관건이다. 즉 ‘없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고발장에 적시해야 무고 혐의가 성립하지만 당시 이 시의원의 의도가 어땠는지, 고발 내용이 허위라는 인식이 있었는지 입증하긴 어렵다.

일각에선 정치권이 풀어야 할 문제를 수사기관으로 떠넘긴단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관련 고발장을 낼 때에도 혐의 입증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일종의 정치적인 액션”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남 본부장은 “현재 고발장을 접수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수사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선 답변드리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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