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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납 메모, 주머니에 넣고 잔다"…MB 협박한 이팔성

한광범 기자I 2018.08.10 15:40:23

검찰, 'MB 사위' 이상주 변호사 진술조서 공개
성동조선서 돈 반납 요구받자 MB측 노골적 압박
이상주 "메모 내용 허위…5억 한번만 받아" 주장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이명박(77) 전 대통령 측이 퇴임 후 이팔성(74)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정홍준(68) 전 성동조선해양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되돌려 달라는 협박을 받은 정황이 공개됐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정계선)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 재판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이상주(48) 변호사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이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의 첫째 사위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 변호사는 “이 전 회장이 우리금융 회장이 되고 나서 ‘누구로부터 협박을 받은 적이 있다. 그 기업 부회장 때문에 너무 힘든 상태다. 돈을 돌려줄 수 없겠냐’고 얘기했다”며 “성동조선이 회생인지 워크아웃인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자 이 전 회장에게 돈을 주다 이후 압박을 했다”고 말했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 변호사는 “그때부터 이 전 회장이 자꾸 만나자고 했다. (성동조선) 회장과 부회장으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으니 변호사 비용을 대 달라’거나 부회장이 ‘돈이 필요하다’고 협박을 한다고 했다”며 “(돈을 받은)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에게 말해서 잘 얘기해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 전 회장은 성동조선 측에서 받은 20억원을 이 전 대통령 측에게 자신의 공직임명 등의 인사청탁 대가로 건넸다. 이 전 대통령 측에 건넨 22억6000만원의 대부분이 성동조선의 자금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대선 직후 이 변호사에게 “제가 건넨 돈은 성동조선 돈”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성동조선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수조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았지만 워크아웃을 거친 후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정홍준 전 회장은 2012년 12월 3300억원대 사기대출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만기출소했다. 성 전 회장은 출소 후 “돈을 돌려달라”고 이 전 회장을 통해 이 전 대통령 측에 요구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13년 2월 퇴임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에서 “시간이 흘러 성동조선이 거의 망하게 되자 돈을 돌려달라고 20번 넘게 부탁해왔다”며 “아무런 조치가 없자 이 전 회장은 와이셔츠 주머니에 있던 (자금 전달 일시와 금액이 적힌) 메모지를 반쯤 꺼내 보여줬다”고 진술했다. 그는 조사 과정에서 이 전 회장의 메모지를 보고 격앙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이어 “이 전 회장은 이후에도 메모지를 보여주며 ‘이거 내가 잘 때도 주머니에 넣고 잔다. 언제 언제 돈을 준 것을 다 적고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메모지 내역대로 돈을 받지 않았다. 한 번은 받았지만 나머지는 다 허위다. 이 전 회장이 ‘가라’(허위)로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허위 메모로 협박을 받았다면 왜 따지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그런 사실이 없고 따질 가치가 없었다. 따지는 것 자체가 문제를 확대한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 변호사는 “이 전 부의장에게 ‘이 전 회장이 성동조선에서 협박을 받아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고 말하자, ‘알았다. 잘해야지’라는 답을 했다”며 “올해 초 가족 모임에선 이 전 부의장이 ‘이 회장이 고생 많다던데 잘 지낸다더냐’고 묻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 전 회장이 설마 그 메모를 갖고 어떻게 하겠느냐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전 회장이 검찰 조사에서 자신을 통해 이 전 대통령 측에 14억5000만원과 상품권 5000만원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에 대해선 “황당하다”며 “차로 받은 한번(5억원)만 맞다. 루이비통 가방도 돈이 없이 가방만 받은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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