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랑상품권 ‘깡’ 가맹점, 과태료·재등록 ‘폭탄’

문승관 기자I 2022.01.20 18:42:43

행안부, ‘지역사랑상품권 이용활성화 법률안’ 개정…4월20일부터 시행
위반 행위 경중 따져 고의·중과실 시 과태료 과중·재등록 거부기간 연장
가맹점 ‘상품권 깡’ 등 적발 시 최대 2천만원 과태료·1년 내 재등록 거부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A시 전통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나 모씨의 가게 직원 등 지인들은 지류(종이)형 지역사랑상품권을 대리구매해 나씨에게 주고 나씨는 상품권 구매금액(액면가에서 10% 할인된 금액)과 소정의 수수료를 그 대가로 제공한 후 본인 가맹점에서 3200만원을 환전하고 할인지원 금액 10%인 320만원을 부당수취했다.

B시의 한 주유소는 가맹점 등록대상이 아닌 데도 주유소 내 식당 등 다른 업종을 함께 운영하면서 그 업종 명의로 가맹점 등록을 받아 주유대금을 결제해 할인금액만큼 부당수취했다. 이렇게 수취한 금액만 4000만원에 이른다. C군에 거주하고 있는 김 모 씨는 지인 등 110명을 동원해 지역사랑상품권을 구매한 후 2개월간 본인이 운영하고 있는 목공소에서 총 1억 2000만원을 결제해 1200만원을 부정 수취했다.


(그래프=김정훈 기자)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이 크게 늘면서 이른바 ‘상품권 깡’ 등 부정유통사례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지역사랑상품권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역사랑상품권 부정 사용과 환급에 대한 관리감독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일부 개정하기로 했다. 고의로 상품권을 부정 유통했다면 그 경중을 따져 가맹점 취소와 재등록 제한, 과태료 부과 등 법적·행정적 제재를 가하겠다는 방침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20일 “현재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 등록이 취소된 업체에 대해 1년 이내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 동안 가맹점의 재등록을 제한하고 있는데 취소 사유에 따라 재등록 제한기간을 구체화했다”며 “과태료는 위반행위의 경중을 따라 고의·중과실에 따른 위반행위로 피해가 크다면 과태료를 가중 부과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고 말했다.

가맹점이 물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 없이 수취한 지역사랑상품권을 현금으로 환전해주면 가맹점에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다만 과태료 금액이 커 경미한 위반행위에는 과태료를 부과하기 어렵다는 지자체의 의견을 반영해 고의·중과실을 따져 1~3차로 세분화했다.

가맹점 취소 후 재등록 기간에 대해서도 최대 1년까지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이 부정수취, 결제거부 등의 부정유통에 연루되거나 가맹점 제한업종 등에 해당하면 가맹점 등록을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일정한 요건을 갖춰 다시 가맹점 등록을 신청하면 현실적으로 가맹점 등록을 거부하기 어려운 맹점이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현재 법령에서는 가맹점 등록취소 처분의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나타났다”며 “가맹점 등록이 취소한 후 일정 기간 재등록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가맹점 등록취소 처분의 실효성을 높이고 지역사랑상품권의 건전한 유통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법 개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미한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6개월에서 1년 사이로 재등록기간을 세분화해 상품권 사용 활성화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했다. 올해 4월20일부터 시행하며 3년마다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처럼 행안부가 상품권 관리감독에 나선 이유는 현재 상품권 가맹점 수와 발행 지자체 수가 큰 폭으로 늘어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가맹점 수는 약 238만개로 지난해 9월 235만개보다 3만개나 늘었다. 매달 평균 1만개씩 늘어난 셈이다. 발행 지자체수도 2018년 66개, 2019년 172개, 2020년 230개, 2021년 232개에 이른다. 기하급수적으로 늘다 보니 상품권 부정유통사례도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 달간 행안부가 전국 232개 지자체에서 지역사랑상품권 부정유통 일제단속을 한 결과 90곳의 부정 사례를 적발하고 등록 취소했다.

허술한 가맹점 관리 시스템 탓에 사기 행위 발생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본인 인증도 없고 사업자등록번호를 임의로 입력해도 가입할 수 있다”며 “사정기관 검증도 없는데다 타인의 사업자번호로 가맹점 신청도 가능해 제대로 검증하지 않는다면 사기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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