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렉시 곤차렌코 우크라이나 국회의원은 25일(현지시간) CNBC에 우크라이나가 동부 돈바스 일부 지역과 크름반도를 러시아에 양도하고 평화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발언에 대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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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키신저 전 장관은 전날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러시아와 평화협상을 타결하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조건은 국경이 ‘개전 전 상태’(status quo ante)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그 이상을 바라는 것은 우크라이나의 자유에 관한 것이 아니라 러시아 자체에 대한 새로운 전쟁”이라고 주장했다.
전쟁을 끝내려면 우크라이나가 2014년 러시아에 강제병합된 크름반도를 양도하고, 러시아가 비공식적으로 통제하는 동부 루한스크·도네츠크 지역을 되찾으려 해선 안된다는 얘기다.
곤차렌코 의원은 “그것(영토 양도)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겐 최악의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며 “우리는 푸틴 대통령을 (유럽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막아야 하며 그를 더이상 방치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평화를 구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크라이나를 최대한 빨리 유럽연합(EU)에 편입시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나는 헨리 키신저를 존경하지만 그가 (현재) 미 행정부에서 공식적 지위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 감사한다”며 “그는 나름의 견해를 갖고 있지만 우리는 그의 의견에 절대로 동의하지 않는다. 그것(영토 양도)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일부 영토를 포기한 채 전쟁을 끝내는 것에 대해선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혀 왔다. 다만 결정이 필요할 경우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키이우 국제 사회학 연구소가 이달 13일부터 18일까지 우크라이나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82%가 협상을 위해 러시아에 영토를 양보해선 안 된다고 답했다. 평화와 독립을 위해 영토를 포기할 수 있다는 응답은 10%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