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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멸종 위기 처한 국산 '유니콘'

강경래 기자I 2020.07.21 15:58:26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안타까운 것은 국내 유니콘 기업이 모두 대규모 투자를 해외에서 유치했다는 점입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을 지낸 임채운 서강대 교수는 “국내에서도 대기업 등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유니콘 기업이 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유니콘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유니콘 기업은 미국 벤처캐피탈리스트 에일린 리가 2013년 당시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비상장 벤처기업을 유니콘 기업이라 부른 후 현재까지 통용되는 명칭이다. 유니콘 기업은 통상 ‘O2O’(Online to Offline) 사업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한다. 우버와 에어비앤비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는 최근 몇 년간 유니콘 기업 수를 꾸준히 늘리며 미국과 중국, 영국, 인도 등과 함께 유니콘 보유국 상위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지난해에는 야놀자와 위메프, 지피클럽, 무신사, 에이프로젠 등 무려 5곳을 추가했다.

하지만 올해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유니콘 기업에 신규 등록한 총 44개 업체 중 국내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는 단순히 코로나19 영향으로 벤처투자가 위축했기 때문으로만 보기엔 어렵다. 같은 기간 미국과 중국, 영국, 인도 등은 유니콘 기업을 활발히 배출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유니콘 기업이 나왔던 것은 어느 정도 운이 따라줬다. 쿠팡은 일본 소프트뱅크, 크래프톤은 중국 텐센트, 야놀자는 미국 부킹홀딩스 등 해외 업체로부터 가치를 인정받고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하지만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대규모 투자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는 한, 앞으로 ‘국산 유니콘’을 찾는 일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벤처생태계는 △창업 △투자 △회수 △재투자라는 선순환구조로 이뤄진다. 아쉽게도 국내에선 초기 투자는 활발하지만, 후기 대형투자와 함께 회수 부문이 막히면서 이러한 구조를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 국산 유니콘이 멸종하기 전에, 대기업 지주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허용 등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강경래 이데일리 중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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