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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해지는 통상·환율전쟁…G20 관전포인트 세가지

경계영 기자I 2017.03.15 16:00:47
지난 2014년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한 마리오 드라기(왼쪽)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모습. 사진=로이터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오는 17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독일 바덴바덴에서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열린다. 1년에 3~5차례 열리는 정기적인 회의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트럼프노믹스의 핵심 열쇠를 쥔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국제무대에 처음 데뷔하기 때문이다. 새로 들어선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기치를 건 가운데 므누신 장관의 정책 기조가 주목된다.

①자유무역 中 vs 보호무역 美

G20의 기본 정신은 ‘정책 공조’다. 협력체의 시작 자체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자는 연대의식에서 비롯됐다.

특히 핵심은 자유무역이다. G20 공동선언문(코뮈니케)에는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주의에 거부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다만 이번에는 변화의 기운이 감지된다. 자유무역 진영의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보호무역으로 급선회한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했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선언했다. 해외로 나간 기업을 미국에 다시 들어오도록 하는 리쇼어링(reshoring)도 꾀하고 있다.

실제 이런 기류가 G20 공동선언문 초안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초안에는 보호무역을 배격하겠다는 표현이 빠지는 대신 ‘개방적(Open)이고 공정한(Fair) 무역질서 유지’ 등의 표현으로 대체됐다.

‘과도한 세계 불균형(excessive global imbalances)’이 10여년 만에 처음 등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이 지나치게 많이 수입해 무역수지 적자가 늘고 중국 일본 독일 등은 너무 수출해 무역수지 흑자를 낸다는 미국의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반면 그간 보호무역을 고수했던 중국이 외려 자유무역의 선봉에 섰다. 시진핑 주석은 최근 “경제 세계화는 바른 방향이며 중국 시장은 언제나 열려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과 그 나머지 국가간 기싸움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선언문은 ‘a’와 ‘the’ 가운데 어떤 단어를 쓸지를 두고도 치열하게 논의한다”며 “회의 당일 아침에도 바뀔 수 있다”고 전했다.

②글로벌 ‘환율전쟁’ 격화하나

통상과 관련해 또 주목 받는 게 환율이다. A국가의 수출이 잘 안 된다면 상대방인 B국가가 △관세를 높게 매기거나 △방역, 생산보조금 등 비관세 장벽을 세우거나 △B국가의 자국 통화가치가 더 낮아져 A국가 물건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졌을 때다. 미국은 세 번째 경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일본 독일 등이 일부러 돈을 풀어 통화가치를 끌어내리고 그 결과 대미 무역 흑자를 늘렸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지난해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5023억달러였다. 4년 만에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미국 내에서는 G20 회의를 앞두고 이런 기류가 더 강해지고 있다. 미국 재무부의 고위당국자는 최근 G20 관련 브리핑에서 “므누신 장관이 주요 경제대국에 환율 관련 G20 결의를 지킬 것을 촉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중국 위안화 가치가 의도적으로 절하돼 불공정한 상태에서 무역하고 있다며 “‘평평한 운동장(level playing field)’에 서있게 될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같은 노골적 불만이 이번 G20에서 풀어질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미국 달러화가 과도하게 강세로 가자 독일 일본 등이 자국 통화가치를 낮췄던 ‘플라자합의’ 방식이 재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다. 지난 2010년 미국과 중국 간 환율전쟁 조짐이 G20 재무회의(한국 경주)에서 진화됐듯 안정세를 찾을 수도 있다.

③고위급 ‘물밑 만남’ 이뤄질까

또 다른 관심사는 코뮈니케 외에 이뤄질 물밑 협상이다. 전 세계 경제 85%를 차지하는 국가의 경제 수장이 모인 만큼 막후에서 오간 내용도 중요해서다. 특히 국제무대에 처음 등장한 므누신 장관과의 만남이 가장 주목 받는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므누신 장관과 양자회담에서 환율 문제를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 재무부는 다음달 중 환율조작국(심층분석대상국) 지정을 포함한 환율보고서를 낸다. 우리나라는 세 가지 요건 가운데 두 가지에 해당해 환율조작국 직전 단계인 관찰대상국에 올라있다.

유 부총리는 G20 출국 전 열린 간담회에서 “(므누신 장관과 전화통화에서) 환율과 관련해 우리의 정책을 분명히 얘기했다”며 “대미 무역흑자 폭을 줄이는 정책을 취한다고 적극 설명할 것”이라고 했다. 5주년을 맞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한 논의도 이뤄질 예정이다.

유 부총리는 중국의 샤오제 재정부장,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와도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 다음달 초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문제가 논의된다고는 하지만, 한·중 간 직접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10월 만기가 도래하는 한·중 통화스와프도 그 중 하나다.

다만 국제금융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경제계 고위급 인사가 모이는 만큼 최근 불거진 환율 관련 논란에 대해 의견이 조율되리란 기대감이 있다”면서도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듯 별 다른 소득 없이 끝날 가능성도 다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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