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책임 공방’ 가세한 北…“미제와 이승만 도발한 북침”

김미경 기자I 2020.10.30 17:58:07

30일 북한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 통해 주장
“6·25는 북침…남침 주장은 역사왜곡이자 도발”
시진핑, 한국전쟁 ‘항미원조’ 표현 논란 불러
한미 “북한의 남침 역사적 사실” 즉각 반박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북한이 30일 6·25전쟁의 침략 주체를 두고 한중미 3국이 벌이고 있는 ‘6·25 전쟁 책임론’ 공방에 가세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발언으로 촉발된 역사 왜곡 논쟁을 중국 편에서 거드는 모양새다. 미 대선을 앞두고 북한은 북중 친선 관계를 연일 강조하고 있다.

북한 대외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역사의 진실을 전도하는 파렴치한 망동’ 제하 논평에서 “조선전쟁(6·25 전쟁)이 미제와 이승만 도배들이 도발한 침략 전쟁이라는 것은 엄연한 역사의 진실”이라며 6·25 한국전쟁은 남침이 아닌 한미에 의한 북침전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조선에서 튀어나오는 ‘남침’ 나발은 역사에 대한 무지무도한 왜곡이고 우리에 대한 공공연한 도발”이라며 “그야말로 낯가죽이 두텁기 짝이 없는 자들의 파렴치한 궤변”이라고 못박았다.

지난해 6월2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금수산 영빈관을 산책하는 모습(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이 매체는 이어 “침략자·도발자들이 부정한다고 하여 결코 역사가 달라지거나 전범자들의 죄악이 지워지는 것이 아니다”며 “남조선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의 우두머리(장관)들은 천만부당한 망발들을 연이어 쏟아내고 있다. 여기에 보수 패거리들도 가세해 진실 왜곡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전쟁이 ‘남침’으로 시작됐다는 사실이 명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해서는 “애초에 미국의 거수기로 전락돼 공정성과 정의를 줴버린(내팽개친) 유엔 안보리가 북침을 ‘남침’으로 오도하여 채택한 부당한 결의”라고 폄훼했다.

아울러 “아무리 얼토당토않은 망발을 불어대도 미제와 그 주구들의 무력 침공으로부터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영예롭게 수호한 조국해방전쟁을 결코 훼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중국은 한국 전쟁을 ‘침략 세력’에 맞선 ‘항미원조(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로 표현하며 미국과 우리 정부와의 외교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3일 한국전쟁 참전 70주년을 맞아 개최한 기념식에서 “미국은 중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38선을 넘어 전쟁의 불길을 중북 접경까지 끌고 왔다. 북한을 침범한 미국 전투기는 동북 지역을 여러 차례 폭격했다”며 6·25를 미국 제국주의 침략에 맞선 전쟁으로 규정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국가 안보가 심각한 위협을 받자 북한의 요청에 응해 항미원조를 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중국 지원군은 북한 전장에 들어갔고, 이는 정의로운 행위 중에 정의로운 행동이었다”고 역설했다.

그러자 미국은 ‘북침설’을 곧바로 반박했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시 주석의 연설 내용을 보도한 언론 기사를 리트윗하면서 “중국 공산당은 70년 전에 (6·25)전쟁이 그저 ‘발발했다(broke out)’고 주장한다”며 “팩트는 북한이 1950년 6월 25일 마오쩌둥(毛澤東)의 지지를 받으며 남한을 침공했다(invaded)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도 전날인 29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코리아타임스 창간 70주년’ 행사에 참석해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침략(invasion from the North)에 맞서 함께 싸웠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우리 외교부도 반박 입장을 냈다. 외교부는 시 주석의 연설 내용이 공개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정례브리핑에서 “한국 전쟁이 북한의 남침으로 발발했다는 것은 부인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재웅 외교부 부대변인은 “역사적 사실이 바뀔 수는 없다”며 “한국 전쟁 발발 관련 사안은 이미 국제적으로 논쟁이 끝난 문제다. 우리 정부는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우리의 관심 사안에 대해 중국 측과 필요한 소통·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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