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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2심서 집행유예 '석방'…法 "朴 강요로 뇌물공여"(종합)

한광범 기자I 2018.10.05 16:29:18

法 "박근혜 전 대통령 먼저 요구…의사 제한된 상태"
"경영비리 주책임 신격호…신동빈 가담 중하지 않아"
총수일가 중 신격호만 실형…건강상태로 집행 불가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5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후 수감돼 있던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네고 수천억원대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동빈(63) 롯데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강요형 뇌물공여라는 신 회장 측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 데 따른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강승준)는 5일 뇌물공여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 회장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로 지난 2월 1심 선고공판에서 법정구속돼 8개월 가까이 수감돼 있던 신 회장은 즉각 석방된다.

이번 판결은 재판부가 1심과 마찬가지로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취득에 대한 신 회장의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면서도 신 회장 측의 강요형 뇌물 논리를 일부 받아들여진 데 따른 것이다. 실제 강요의 피해자는 아니지만 최고 권력자인 박 전 대통령이 먼저 요구한 만큼 의사가 다소 제한된 상태였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수뢰자의 강요에 의해 의사결정의 자유가 다소 제한된 상황에서 뇌물공여에 대해 엄히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 자유로운 의사로 뇌물을 공여한 자와 달리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국가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이 먼저 적극적으로 금원 지원을 요구했고 이에 불응할 경우 기업 활동 전반에 걸쳐 직간접적인 불이익을 받게 될 거란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며 “금원지원은 이 같은 두려움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제 공갈죄나 강요죄의 피해자가 있는 사람이 뇌물공여죄로 엄히 처벌받은 건 드물다”고 덧붙였다.

◇총수일가 중 신격호만 실형…신영자도 집유로 석방

경영비리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신 회장의 혐의 대부분을 무죄로 판단하며 신격호(95) 명예회장에게 주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경영비리 범행은 신격호 명예회장이 자신 가족들 경제지원 목적 하에 전적으로 계획, 주도, 지시, 실행한 것으로 신 명예회장이 전적인 책임져야 마땅하다”며 “신 회장은 가담 정도가 중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경영비리로 함께 기소된 다른 롯데 총수일가 중 신격호 명예회장에 대해서만 징역 3년에 벌금 30억원의 실형이 선고됐다. 다만 90대의 고령인 신 명예회장의 나이와 건강상태 등을 고려할 때 실제 집행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경영비리와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돼 수감 중인 신영자(75) 롯데장학재단이사장에 대해서도 실형 판결이 파기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다른 총수일가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서미경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신 회장은 롯데월드타워면세점 특허 재취득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박 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지배하던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지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 잠실의 롯데쇼핑타운에 위치한 월드타워면세점은 롯데가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았던 사업이다. 매출액은 서울 소공동 면세점에 비해 낮았으나 월드타워-롯데월드-롯데백화점으로 이어지는 잠실의 쇼핑타운에서 해외 관광객 유발 동력이라는 점에서 롯데는 성장 가능성을 높게 봤다.

더욱이 월드타워면세점은 간접적으로는 신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와도 관련돼 있었다. 면세점 사업본부는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격이던 호텔롯데의 최대 사업부서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를 상장시켜 99% 이상이던 일본 롯데의 지분율을 낮추려 했다.

이 과정에서 호텔롯데 IPO(기업공개)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끌어들인 뒤 이 자금을 지배구조 개편에 사용하려 했다. 이를 위해선 호텔롯데의 중요한 미래 먹거리였던 월드타워면세점 유지가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월드타워면세점은 신 회장과 친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 간 경영권 분쟁이 촉발된 후인 2015년 11월 특허심사에서 탈락했다.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엇나갔다. 롯데는 월드타워면세점 영업 종료가 예정된 가운데 특허 재취득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신동빈 1심서 실형 선고받고 8개월 수감

이 같은 상황에서 신 회장은 2016년 3월 14일 청와대 안가에서 박 전 대통령과 단독 면담을 했다. 검찰은 이 자리에서 월드타워면세점에 대한 부정한 청탁과 K스포츠재단이라는 반대급부에 대한 대화가 있었다고 보고 신 회장과 함께 박 전 대통령. 최씨를 기소했다.

1심 재판부였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는 지난 2월 롯데 내부 문건과 면담 주선자인 안종범 전 경제수석비서관 진술 등을 근거로 당시 면담에서 월드타워면세점 특허와 관련한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이 인정된다고 판단해 신 회장에게 징역 2년 6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신 회장은 아울러 롯데피에스넷 경영 과정에서 회사에 수천억원의 손해를 끼치고 다른 총수일가에 영화관 매점 사업 운영권을 넘긴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또 다른 총수일가에게 허위 급여를 지급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신 회장이 경영 능력을 인정받을 욕심으로 롯데피에스넷을 고가에 인수하고 회사가 어려워지자 계열사 자금을 투입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기소했다. 또 한국 롯데 경영권을 공고히 할 목적으로 누나인 신영자 이사장과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 등에게 허위급여 수백억원을 지급하도록 한 혐의도 있다.

그는 롯데시네마의 핵심 사업인 면세점 운영권을 아버지 신격호 명예회장의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와 신 이사장에게 위탁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는다.

경영비리 1심 재판부였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김상동)는 지난해 12월 신 회장 혐의 중 허위급여와 매점 관련 배임 혐의만 일부 유죄로 인정하고 핵심 혐의였던 피에스넷 배임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경영비리 주범을 신 명예회장으로 보고 신 회장은 방관자로 판단해 신 회장에게 징역 1년8월에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했다.

별도 진행돼 온 두 재판은 항소심에서 병합됐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신 회장에게 징역 14년, 벌금 1000억원, 추징금 70억원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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