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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집값에..아껴뒀던 분양가상한제 카드 꺼내나

성문재 기자I 2018.01.11 18:37:15

과열 차단 의지 속 부동산 추가대책 촉각
분양가 상한제·보유세 인상 등 연내 가능
재건축 허용연한 확대도 논의
장기적으론 택지 조성, 후분양 확대 검토

김동연(가운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관계부처 장차관 등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현안간담회를 열고 최근 주택시장 동향 및 대응방향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심보균 행정안전부 차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 부총리, 최종구 금융위원장, 한승희 국세청장. 사진= 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정부가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한 주택시장 과열을 잡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가운데 내놓을 수 있는 추가 대책에 관심이 쏠린다.

당장 가능한 것은 집값 급등 지역을 대상으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거나 보유세 인상 카드를 꺼내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택지 조성 등 공급 시그널을 시장에 보내고 후분양제 도입을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다만 이같은 추가 대책 카드가 집값을 안정시킬지는 미지수다.

그래픽=이데일리 이서윤 기자
1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바로 꺼내 들 수 있는 부동산 추가 규제책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이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과 관련해 고분양가 문제를 관리할 수 있는 장치가 작동하고 있지만, 성과가 미흡하다는 판단이 들면 분양가 상한제를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토부가 작년 9·5 대책에서 밝힌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요건 완화안은 두 달 뒤인 11월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국토부는 그동안 분양가 상한제를 당장 적용하지 않은 채 시장 상황만 지켜봐 왔다.

최근 3개월간 집값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면서 분양가 상승률, 청약경쟁률, 주택거래량 중 하나라도 과열 기준을 충족한 지역은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통해 상한제 적용이 언제든 가능하다. 서울지역은 최근 3개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기 때문에 분양가 상한제 사정권에 들어와 있다.

8·2 부동산 대책 이후 정부가 새로 꺼낼 수 있는 강력한 카드는 보유세 인상이다. 정부는 올해 조세재정개혁특위를 통해 보유세 등 부동산 세제 개편 작업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지난 8일 “보유세 인상은 중기적으로 부동산 자산의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접근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가장 유력한 보유세 인상안은 종합부동산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80%)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다. 법 개정 없이도 다주택자들의 보유세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6월 지방선거 일정을 감안할 때 보유세 인상 시점은 빨라야 하반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아파트들이 서울, 특히 강남권 집값 급등의 주요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2014년 단축된 재건축 허용연한(준공 후 40년)을 다시 늘리는 등의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정부는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차흥권 재건축·재개발법률문제연구소장(변호사)는 “단순히 연한을 늘린다고 가격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재개발 조합원 전매 제한, 정비사업 분양분 재당첨 제한 등의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택지 조정 계획을 수립해 주택 공급을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해나가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것은 정부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다.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요인 역시 수급 상황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택지 공급량 조절 등을 통해 시장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요 억제 측면의 추가 대책은 아무리 내놔도 언 발에 오줌누기 밖에 안 될 것”이라며 “가격 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고민은 공급 측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밖에 공공부문의 후분양 물량을 늘리고 민간부문으로까지 확대 적용하는 방안도 있다. 국토부도 후분양을 확대하겠다는 방향성은 밝힌 바 있다. 다만 정부는 후분양으로의 전환 속도를 점진적으로 높이겠다는 생각이다. 민간부문에 대해서는 후분양 자금 대출, 보증한도 상향 등 인센티브를 줌으로써 후분양을 점차 유도한다는 생각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작년 한 해 동안 정부가 세금·대출·청약 등 전방위적인 대책을 잇달아 발표해 남아 있는 히든카드가 사실 많지 않다”며 “그동안 내놓은 정책들이 유기적으로 잘 작동되고 있는지를 꼼꼼히 점검하고 이를 제대로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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