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한국조선-대우조선 합병 불발…'메가 조선사' 탄생 무산(종합)

함정선 기자I 2022.01.13 21:20:02

EU,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불허 결정
거대 조선사 통한 조선업 도약 기대 사라져
업계, 당장 큰 피해 없지만…경쟁력 약화 우려
대우조선해양, 재매각도 난항 예상

[이데일리 함정선 경계영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 초부터 수주 호황을 이어온 조선업계가 ‘암초’를 만났다. 유럽연합(EU)이 현대중공업그룹의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EU는 13일(현지시간)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9년 11월에 심사를 시작한 후 심사 중단과 재개를 반복한 결과는 합병을 불허한다는 판단이다.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수주잔량 기준 세계 1~2위의 결합으로 거대 국적 조선사가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EU의 합병 불허에 따라 국내 조선업계는 현재의 3사 구조를 유지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년 진행한 합병 불발…EU, 거대 조선사 탄생 막아

EU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3년간 진행된 두 기업 간 기업결합은 불발됐다. 한국조선해양은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후 6개국에 기업결합 심사를 요청했고 2019년 10월 카자흐스탄과 2020년 8월 싱가포르, 같은 해 12월 중국이 조건 없는 승인을 했지만 EU에 발목이 잡혔다.

EU가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반대표를 던진 것은 두 회사의 영향력이 거대해지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두 회사가 결합할 경우 매출 약 20조원 이상의 거대 조선사가 탄생해 독과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국내 조선사들이 세계 선박 수주 시장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같은 고부가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이 EU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유럽의 경우 석탄보다 LNG를 더 선호하는데, 지난해 수주량의 87%를 차지한 우리 조선사의 영향력이 강해지는 것을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선
장기적으로 경쟁력 약화 우려…3사 각자 대응 이어가야

업계에서는 EU의 기업결합 불허가 당장 조선사들의 어려움으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조선사들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최근 환경규제가 강화하는 등 조선 시장이 급변하고 있어 두 회사의 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기회가 사라진 셈이기 때문이다.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선사와의 협상에서 더 유리한 입지에 설 수 있는 것은 물론 환경규제 대응이나 신형 선박과 같은 기술 분야에서 연구개발(R&D)을 강화할 수 있는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었다. 또한 국내 3사가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며 나타나는 저가 경쟁 등 손실을 예방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무산에 따라 삼성중공업을 포함한 조선 3사가 각각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할 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끼리의 경쟁도 지속하게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합병이 이뤄진다면 보다 효율적으로 조선업계의 빠른 변화에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 불안한 대우조선해양, 재매각 추진 걱정도

이번 합병 무산으로 우려가 커진 것은 대우조선해양이다. 세계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우 대우조선해양 인수 무산으로 시너지에 대한 기대가 사그라졌으나 재무·사업적으로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그룹과 합병으로 예상됐던 자금 지원을 기대할 수 없게 돼 재무적으로 불안한 상황을 이어가게 됐다.

fn가이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강재가 인상 등 영향으로 지난해 1조3000억원, 올해 역시 8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총차입금에 2조6000억원, 부채비율이 305.6%에 이른다.

또한 대우조선해양의 새로운 인수처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대우조선해양의 지분 55.7%를 보유한 산업은행은 재매각을 추진해야 하는데, 규모가 크고 재무가 악화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여력이 있는 후보가 많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련 연구원은 “3사로 나뉘어 있어도 여전히 경쟁력이 있어 당장 큰일이 나지는 않는다”며 “합병이 무산됐다고 해서 산업구조를 재편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3사가 대응 방안을 빠르게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