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관련 법에 명시된 국회의원의 의무다. 윤석열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이 진행된 25일, 169석의 국회 최대 의석을 보유한 더불어민주당은 ‘듣는’ 의무를 외면했다. 결국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시정연설이 본회의장의 절반 이상 빈 채로 진행된 헌정사 첫 사례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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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이러한 행보 탓에 6석이라는 적은 의석이지만 정의당의 존재감은 더 돋보였다. 이은주 정의당 비대위원장은 시정연설 사전 환담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해외 순방 과정서 불거진 ‘이XX 발언’에 대해 직접 사과를 요구했고, 소속 의원들은 국민의힘 의원들과 충돌을 감수하면서도 본회의장에 윤 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노란색 피켓을 내걸었다.
정의당의 모습과 비교하면 민주당의 행보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민주당이 현 정부의 ‘협치 제1 파트너’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고금리·고환율, 거기에 레고랜드발(發) 금융시장의 불안까지 민생 위기가 켜켜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34년간 이어져 온 관례를 깨버리는 초강수를 둘 필요까지 있었던 것일까.
문제는 민주당이 자신의 퇴로를 막는 ‘자가당착’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됐다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투쟁은 투쟁대로, 예산안 심사 등 국회 업무는 업무대로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모호한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발목잡기’ 프레임에 걸릴 수 있다.
민생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11월 예산 국회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지금은 민주당이 협치의 책임을 대통령과 여당에만 돌릴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의무’를 다해야 할 때다. 그것이 국민이 민주당에 원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