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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범 "전세·집단대출 중단없다"…총량감축은 '딜레마'(종합1보)

이승현 기자I 2021.10.14 16:35:58

文대통령 지시 등에 실수요자 보호로 방향 수정
전세대출, 4분기 대출총량관리 목표서 제외
부동산·주식 투자용 자금 규제 강화 전망
"실수요자 보호·가계부채 감축 묘안 의문"

[이데일리 이승현 황병서 기자]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연말까지 실수요자 대출인 전세대출과 집단대출의 중단은 없다고 못박았다. 총 1800조원을 넘는 가계대출을 잡기 위해 당초 전세대출 감축까지 적극 검토했지만 실수요자 보호 강화로 방향을 일부 수정한 것이다. ‘대출절벽’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여론에 더해 문재인 대통령의 연이은 지시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본래 목표인 전반적인 가계대출 관리강화의 기조는 유지하는 만큼 부동산 매수자금이나 주식 등 투자용 자금은 꽉 조일 가능성이 높다.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투자자 교육 플랫폼 ‘알투플러스’ 오픈 기념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세대출, 총량관리 목표서 제외

고 위원장은 이날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투자자 교육플랫폼 ‘알투플러스’ 오픈 기념회 축사 뒤 취재진에게 “전세대출 증가 때문에 가계대출이 6% 이상으로 증가해도 용인하려고 한다”면서 “10·11·12월 전세대출은 한도 관리와 총량관리를 유연하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단대출도 잔금대출 공급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전세대출과 집단대출 등도 가계부채 감축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고 위원장은 지난 7일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가계부채를 잡으려면 전세대출과 집단대출 등도 차주 상환능력 내에서 관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발언은 철저하게 실수요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것이어서 지금까지와 궤를 달리한다. 특히 당국은 올해 4분기 은행권의 가계부채 총량관리 대상에서 전세대출은 제외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이날 5대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과 회의에서 이러한 방침을 확정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전세대출은 7월과 8월에는 각각 2조8000억원, 9월에는 2조5000억원 증가했다. 앞으로 3개월간 가계부채 총량관리 대상에서 빠지면 은행권에선 7조5000억~8조4000억원의 대출여력이 생길 수 있다.

방향 수정에는 정치권과 여론의 압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이 지난 6일에 이어 이날에도 직접 실수요자 보호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NH농협은행은 중단했던 신규전세자금대출 취급을 재개하기로 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전세자금대출 제한 조치를 완화한다. 전세 실수요자들은 한시름 놓게 된 것이다.

실수요 대출 못 건드려 총량관리에는 한계

반면 전반적인 가계부채 관리강화에 대한 의지는 확고히 밝혔다. 금융위가 다음주 내놓을 예정인 가계부채 추가대책에는 부동산이나 금융자산 등 투자용 자금 규제는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고 위원장은 “DSR 관리 실효성 강화와 2금융권 대출 등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지가 주된 내용”이라며 “실수요자 보호 방안과 함께 내년 이후 상환능력 내에서 가계대출 관리를 할 세부과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당초 2023년까지 단계별로 적용할 예정인 차주별 DSR 규제의 조기 도입은 확실시된다. 이와 관련해 신용카드사의 장기카드대출(카드론) DSR 조기 적용도 가능해 보인다. 현재 60%인 제2금융권 DSR 규제비율을 은행권처럼 40%로 강화하는 방안도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오픈한 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에도 예외를 허용하지 않았다. 토스뱅크는 당국과 약속한 연간 대출한도 5000억원을 모두 소진해 출범 9일 만인 이날 대출 문을 닫았다. 토스뱅크는 예상보다 한도가 빠르게 소진되자 당국에 한도를 8000억원으로 증액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거부 당했다.

한편으론 실수요 대출에 대해 손을 못 대게 되면서 전반적인 가계대출 조이기에 한계도 분명해졌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이 아닌 전세대출과 정책 모기지, 집단대출 등이 주도하고 있다고 판단을 내렸다. 특히 전세대출의 경우 올 상반기 폭증해 관리하지 않으면 예상하지 못한 외부충격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부채를 해결하면서 실수요자도 보호해야 하다 보니 대출총량 관리에도 한계가 생긴 것”이라며 “실수요자 보호와 가계부채 감축의 묘안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부동산 등의 문제까지 포함한 종합대책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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