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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23일) 다음달 있을 인사청문회 준비차 서울 청계천로 예금보험공사에 출근하던 김 부총리 후보자의 모습은 다소 파격적으로 비쳤다. 이미 과거 정부에서 ‘장관’(국무조정실장)까지 지낸 인사가 노타이에 백팩까지 짊어진 채 언론 앞에 섰기 때문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2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백팩을 둘러멨다. 하승창 사회혁신수석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서울시 정무부시장 시절 항상 백팩을 메고 다녀 주목받았다.
백팩은 그 자체만으로 여러 의미를 지닌다. 일단 딱딱한 이미지의 서류가방과 달리 경쾌하고 활동적인 느낌을 준다. 나이 든 사람에겐 ‘아직 젊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고, 마치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이처럼 문재인의 남자들이 잇따라 백팩을 메는 게 50대 초반의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을 내세우며 소위 ‘젊은 청와대’ 이미지를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내부에서 ‘백팩’을 메자는 의견교환 같은 건 전혀 없었다”며 “메기 편하고 짐도 많이 넣을 수 있는 ‘실용’적인 측면에서 장점이 많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했다.
문 대통령 특유의 ‘격식 파괴’ 행보가 청와대와 내각까지 퍼졌다는 해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지난 22일 휴가를 낸 후 수행원들과 25인승 미니버스를 타고 모친 강한옥 여사가 사는 부산 영도구를 찾았을 당시 버스 한 대에 자신과 수행원 및 경호원 등을 함께 태워 ‘격식 파괴’ 행보를 보인 게 대표적이다. 대개 역대 대통령들이 지방 휴가를 갈 때면 대통령이 각종 경호 차량 등 세단 10여대가 경찰 에스코트를 받으면서 움직이는 게 일반적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참모를 지냈던 한 인사는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은 ‘격식’을 중히 여겼던 분이라 우리(참모)도 비슷하게 (드레스코드를) 맞출 수밖에 없었다”며 “현 정부는 문 대통령의 이미지에 맞춰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백팩 착용은 ‘민심’(民心)에 민감한 여의도 정치권에선 이미 널리 퍼졌다. 초선인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국회의원 중 백팩 메기의 ‘시초’ 격이다. 전 직장 동료들이 당선 선물로 안겨줬다고 한다. 가장 부자 국회의원인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평소 백팩을 즐겨 멘다. 재계에선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백팩 사랑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2011년 미래 인재들과 직접 캠퍼스에서 만나 소통하고 싶다며 백팩을 메고 국내외 대학 캠퍼스를 누볐고, 이내 ‘백팩’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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