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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차방정식` 받아든 이창용 "美긴축·우크라·中둔화 영향 다 살피겠다"

최정희 기자I 2022.03.30 19:20:09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 귀국, 인사청문 돌입
인플레보다 '경기 걱정' 더 많아…'비둘기' 평가
차기정부 재정·대출 풀어…인플레 올리고 부채 늘릴 판
재정·거시정책 확장 속 통화정책 균형 고민 커질 듯
'비둘기' 평가 있지만 의사봉 잡으면 달라질 수도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국제통화기금(IMF)가 그저께 낸 보고서에서 다운사이드(경기 하방) 리스크로 미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화), 우크라이나 사태,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등 다른 나라 경기 둔화 등을 언급했는데 세 가지 리스크가 모두 실현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30일 한국 땅을 밟으며 취재진에게 “IMF에선 이런 리스크로 정책 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봤는데,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후보자는 내달 1일부터 인사청문회 준비에 본격 돌입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3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출처:한국은행)


시장에선 이 후보자가 그동안 했던 발언을 고려해 그가 성장을 중시하는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일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인플레이션보다 경기 둔화를 더 우려해왔다. 이에 따라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다만 새 정부에서 재정도 풀고 대출규제도 풀면서 재정과 거시건전성 정책 모두 완화적으로 운용될 조짐이라 물가는 더 높아지고 가계대출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에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도 나온다.

‘성장’ 중시 거시전문가냐 vs 인플레 파이터 변신이냐

이 후보자가 겪어야 할 우리나라 경제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 후보자가 직전까지 있었던 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우리나라에 경기는 둔화되고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우려했다.

관건은 통화정책의 무게를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 중 어느 쪽에 더 실을 지다. 그동안 한은은 후자에 무게를 뒀다. 한은은 올 성장률이 3.0%로 잠재성장률(2.0%) 이상으로 성장하기 때문에 스태그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해왔다. 이에 통화정책은 물가 안정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게 중론이었다. 이를 토대로 이주열 총재는 연말 기준금리가 1.75~2.00%일 것이란 시장 전망이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물가 상승보다 경기 둔화를 더 우려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아시아에서의 인플레이션이 올해 하반기 정점을 찍을 것이다, 인플레 상승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이 이자율을 높여 가계 소득과 소비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점을 고려해 이 후보자가 금통위 의사봉을 잡게 될 경우 기준금리 인상 횟수가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올 연말 금리 1.25%를 전망하는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그가 성장론을 중시하는 데다 그동안의 경력 등을 고려할 때 완전히 반대 입장을 취해 인플레 파이터로 변신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막상 금통위 의사봉을 잡게 되면 소신대로만 하긴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4%에 육박한 물가상승률이 장기화되고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9%로 7년 11개월래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가계대출은 규제 강화에도 작년 7.8% 증가했고 민간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2배에 달한다.

차기 정부에선 재정은 물론 거시건전성 정책까지 모두 완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물가는 뛰고 가계대출은 늘어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16조원 추가경정예산이 무색하게 50조원 추경 얘기가 나오고 주택담보대출(LTV) 규제 완화 등 가계 대출 규제 완화까지 검토하고 있다. 집값마저 들썩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통화정책이 어떻게 ‘균형’을 맞출 수 있을지 고민이 커질 전망이다. 이 후보자는 집값 안정을 위해 통화정책을 사용하는 것에 비판적이었지만 성장보다는 물가 안정, 부채 관리를 위해 매파적으로 변신할 가능성도 있다. 씨티는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2%를 향해 점진적으로 인상될 것”이라며 “내후년 1월에도 추가 인상돼 기준금리가 2.25%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올해 몇 차례나 기준금리 더 올릴까

이 후보자가 총재가 된 후 어떤 입장을 취할지 불분명한 가운데 그는 5월께 의사봉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아직 인사청문회 일정이 잡히지 않으면서 4월 14일 금통위 회의에선 이 후보자 불참 가능성이 높다. 14일엔 ‘비둘기파’인 주상영 금통위원이 금통위 의장 직무 대행위원으로 의사봉을 잡고 기자회견도 할 예정이다.

4월엔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시장에선 5월 인상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이는 이 후보자가 총재가 된 후 바로 금리를 올린다는 얘기가 된다. 아직까지 새 총재가 선임되자마자 금리를 조정한 역사가 없다. 미국이 정책금리 인상 속도를 높여도 이미 세 차례나 금리를 올린 탓에 5월 금리 인상이 시급하다고 보기 어렵다.

4~5월 금리 인상을 하지 못한다면 결국 연말까지 금리 인상 횟수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3분기, 4분기에 한 번씩 올리더라도 연말 금리는 1.75% 수준이다. 특히 5월엔 물가상승률 전망(3.1%)이 상향 조정되더라도 성장률(3.0%) 전망은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추가적으로 금리를 올리려면 금리 인상이 성장 둔화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점을 설득해야 한다.

물가 상승, 대출 증가 우려 속에 경기 둔화까지 방어해야 함에 따라 경기, 물가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 때문에 시장에선 그를 ‘비둘기파’라고 평가하면서도 연말 기준금리 전망 수준을 1.75~2.00%로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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