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하이트진로, 6년만에 새 맥주…'카스·테라' 전쟁 선포

김유성 기자I 2019.03.13 15:45:16

호주산 청정 맥아 넣어 만든 신제품 '테라' 출시
청정함 무기로 카스 장악한 국내 맥주 시장에 재도전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 절박함 엿보여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반드시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하겠다.”

1993년 천연암반수 맥주 ‘하이트’로 국내 맥주시장사(史)를 새로 쓴 하이트진로(000080)가 신제품 ‘테라(TERRA)’를 출시하고 OB맥주 ‘카스’에 선전포고 했다. 하이트진로가 새 맥주 브랜드를 선보인 건 지난 2013년 3월 라거 맥주 ‘드라이피니시d’ 출시 이후 6년 만이다. 하이트진로는 ‘청정 라거’를 표방한 새로운 맥주 테라로 시장 탈환에 나서겠다는 목표다.

13일 하이트진로는 테라 출시를 알리는 미디어데이 행사를 개최했다. 테라는 라틴어로 ‘흙, 대지, 지구’를 뜻하는 말로 호주 청정지역에서 생산된 맥아를 사용한다. 과거 하이트가 ‘천연암반수’로 맥주 시장을 바꿔 놓았듯, 청정지역 깨끗한 맥아 원재료로 ‘청정 마케팅’을 이어나간다는 전략이다.

테라의 정식 출시일은 오는 21일로 대형마트와 편의점, 음식점과 유흥업소 등에 동시 판매된다. 출고 가격은 기존 하이트와 동일하다. 알코올 도수는 4.6%다.

◇절박한 하이트진로, 카스·테라 일전 선포

새로운 맥주 테라 출시는 하이트진로의 절박함을 드러낸다. 2011년 이후 카스에 시장 선두 자리를 내준 상황에서 새로운 타개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실제 하이트는 2011년까지는 카스와 호각세를 보였다. 1996년 시장 1위 탈환 이후 15년간 1위 자리를 지켜왔다. 2012년 이후 카스에 시장 선두자리를 내줬다. 두 제품 간 시장 점유율 차이는 더 벌어졌다. 맥주에 소주를 타먹는 ‘소맥’에는 카스가 더 났다라는 인식이 대중적으로 자리잡은 영향이 컸다.

더욱이 수입 맥주의 저가 공세가 계속되면서 하이트진로의 맥주 사업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2018년 3분기 누적 기준 하이트진로의 맥주 사업 영업손실은 100억원에 이르렀다. 871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소주사업과 대조됐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도 이날 행사에서 인사말을 전하며 절박한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김 대표는 “지난 몇 년 동안 하이트진로는 치열한 경쟁과 수입맥주의 파상 공세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이번 신제품 출시를 통해 반드시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선보이는 신제품은 하이트진로가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상징과 같다”면서 “맥주시장에서 성공 신화를 또 한 번 창출해낼 브랜드”라고 강조했다.

하이트진로는 테라와 기존 하이트 브랜드를 쌍두마차 삼겠다는 방침이다. 하이트의 브랜드 수명이 다됐다는 일부 평가가 있지만, 여전히 하이트를 찾는 수요층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 이사.(하이트진로 제공)
대신 유흥업소와 식당 등에서는 테라를 적극 마케팅 해 알릴 계획이다. 기존 강자인 카스와의 일전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이영목 하이트진로 홍보상무는 “대한민국 대표 맥주를 표방하고 모든 채널에 들어갈 것”이라며 “목표 시장 점유율은 두 자리 수”라고 했다.

국내 발포주 시장 선두로 자리매김한 ‘필라이트’는 가격에 민감한 일반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한다. 테라를 중심으로 하이트와 필라이트가 삼각편대를 이뤄 국내 맥주 시장 주도권을 재탈환한다는 목표다.

◇하이트진로, 최근 청정 수요에 착안

하이트진로는 초미세먼지 경보가 일상화되고 청정, 자연, 친환경 등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시대적 요구를 새로운 제품에 반영했다고 전했다.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맛을 찾기 위해 지난 5년간 연구했다고 덧붙였다.

테라에 쓰이는 맥아는 호주 골든트라이앵글에서 생산된다. 세계적으로 청정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탄산도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리얼탄산’만 썼다. 인위적으로 탄산가스를 주입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라거 맥주 특유의 청량감을 살렸다는 평가다.

패키지 역시 청정 라거 맥주의 콘셉트를 살리기 위해 ‘녹색’으로 꾸몄다. 호주 청정지역을 형상화한 역삼각형을 주요 라벨로 붙였다.

오성택 하이트진로 마케팅 상무는 “원료와 공법, 패키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을 완전히 차별화했다”면서 “소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