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할머니 속여 기부금 수천만원 받아"…檢, 윤미향에 준사기 혐의 적용

박기주 기자I 2020.09.14 17:05:20

서울서부지검, 사기·횡령·배임 등 혐의로 윤 의원 기소
'중증 치매' 길원옥 할머니 상금 중 5천만원 기부에 관여
할머니 위한 기부금, 개인용도로 쓴 혐의도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검찰이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둘러싼 의혹을 수사한 지 넉달 만에 이 사건을 재판에 넘겼다. 특히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위해 모은 후원금을 윤 의원이 개인적으로 사용하거나 피해자 할머니에게 수천만원 규모의 기부를 강요하는 등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사진=연합뉴스)
14일 서울서부지검이 발표한 ‘정대협·정의연 관련 고발사건’ 공소 요지에 따르면 윤 의원은 마포쉼터 소장과 공모해 중증치매를 앓고 있는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의 심신장애를 이용, 할머니가 받은 상금 등을 대부분 정의연에 기부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 2017년 11월 길 할머니가 받은 여성인권상 상금 1억원 중 5000만원을 정의연에 기부하게 하고, 올해 1월까지 정의연 등에 총 9회에 걸쳐 7920만원을 기부 또는 증여하게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정의연은 “(길 할머니는) 2017년 시민들의 성금으로 모인 여성인권상 상금 1억원을 받았다. 이 중 5000만원을 정의연에 기부하고 1000만원은 양아들에게 지급했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이 기부과정에서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의 장애를 이용한 정황(준 사기 혐의)이 있다고 본 것이다.

또한 앞서 길 할머니가 서울 마포쉼터에 머물렀을 당시 할머니의 통장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갔다는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일본 정부의 위안부 합의금 대신 국민성금으로 마련한 1억원이 길 할머니에게 입금됐는데, 1시간 만에 순차적으로 모두 빠져나갔다는 게 의혹의 요지였다.

또한 윤 의원은 지난 2012년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개인계좌 5개를 이용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해외여행 경비와 조의금, 나비기금 등 명목으로 3억3000여만원을 모금해 그중 5755만원을 개인용도로 쓴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윤 의원에게 적용된 혐의는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기부금품법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횡령·업무상 배임·공중위생관리법 위반 등이다. 정부 보조금 수억원을 부정수령하고, 관할관청에 등록되지 않은 계좌로 수십억원의 기부금을 모았다는 게 주요 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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