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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투쟁 나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국가가 국민 생명 지켜달라"

황현규 기자I 2019.05.07 14:55:03

7일 오전 청와대 앞 삭발식 진행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2명 삭발…"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삭발 뿐"
"피해자 구제 기준 애매…지원받아야하는 피해자 더 많아"
지난 26일 기준 가습기 살균제 사망자 1403명

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이하 가습기넷)은 7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에서 삭발식을 열었다. 삭발에 나선 박수진 씨는 아들 2명과 함께 면역질환 4단계 판정을 받았다. (사진=김보겸 기자)
[이데일리 황현규 김보겸 기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피해 지원을 확대해달라며 삭발에 나섰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 전국네트워크(이하 가습기넷)은 7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열고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생체실험과도 같은 고통을 받았다”며 삭발식을 진행했다. 가습기넷은 정부에 △전신질환을 인정하고 판정기준을 완화할 것 △피해단계 구분을 철폐할 것 △정부 내 가습기살균제 TF팀을 구성할 것 △월 1회 피해자 정례보고회를 열어 피해자 인정 기준에 대해 설명할 것 등을 요구했다.

첫 번째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박수진 씨가 삭발에 나섰다. 박 씨는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 사용자로 면역질환 4단계 판정을 받았다. 박 씨의 아들 A(21)씨와 B(16)군도 면역질환 4단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가 인재로 인한 참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진 것 없고 힘없는 자는 몸으로 외칠 수밖에 없다”며 “아직 해결된 것이 아무것도 없어 절규하는 마음을 부디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울먹였다. 그는 이어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지켜달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로 삭발에 나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이재성 씨도 면역질환 3~4단계 피해자를 정부 공식 피해자로 인정하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총 1~5단계로 피해자를 구분해 상태가 심각한 1~2단계 피해자들에게는 치료비 등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가습기넷에 따르면 정부에 접수된 피해자 6389명 중 1·2등급 받은 피해자는 불과 13%에 불과하다. 실제 이 씨의 13살 아들은 폐질환 4단계 판정을 받아 정부의 지원을 정식으로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고통의 연속이라 오늘 삭발에 나섰다”며 “정부가 협소한 판정 기준을 들이대 대다수 불인정자를 양산했다”라며 정부에 판정기준을 완화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삭발식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도 가습기 피해자들은 정부의 배상과 보상 대책을 재차 강조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인 김선옥씨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님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억울한 사망 피해자 유족이 기업에 요구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기에 외칠 뿐”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가습기넷은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피해자들의 요구사항을 담은 공개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앞서 가습기넷은 지난달 29일 청와대와 서울 영등포구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해 정부와 옥시의 피해자 구제 정책을 촉구한 바 있다.

한편 고(故) 조덕진 목사가 사망한 지난 26일 기준 정부에 신고된 가습기 살균제 사망자는 1403명, 신고된 피해자는 6348명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측은 지난 2일부터 옥시 본사 앞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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