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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 오세정 서울대 총장 “지금은 난세…지성인 역할해야”

김형환 기자I 2023.01.02 18:00:28

오세정 총장, 임기 마지막 신년사 밝혀
“원인은 지성의 타락…지성이 곡학아세”
“새 집행부 위해 업무인계 만전 기할 것”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신년사를 통해 현 시대를 난세(亂世)로 규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성인의 역할을 강조했다.

오세정 서울대학교 총장 지난달 13일 오후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우석경제관에서 열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SBS문화재단 공동 학술회의 ‘한국 민주주의의 혁신: 정치제도와 시민’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 총장은 2일 신년사에서 “극심한 빈부갈등·정치적 진영대립·가짜뉴스의 난무 등으로 새해를 맞는 기분이 희망적이지만은 않다”며 “옛 사람들이 말한 ‘난세’란 아마도 이런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여야 간의 정쟁·이태원 참사·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을 언급했다.

오 총장은 이러한 난세의 원인으로 ‘지성의 타락’을 지목했다. 그는 “지금의 난세는 ‘지성의 빈곤’, ‘지성의 타락’이 그 배경에 도사리고 있다”며 “사람들은 정확한 지식보다는 자기가 듣고 싶은 말, 자기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을 들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흐름에 많은 지식인들이 영합하고 있다”며 “멀쩡했던 지식인들은 대중에 영합해 곡학아세의 궤변을 늘어놓는 일이 흔한 일이 된 지 오래”라고 덧붙였다. 심지어 지식인들이 양 진영의 대표 확성기가 돼 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다는 게 오 총장의 설명이다.

오 총장은 지금의 난세를 해결하기 위해 지성인의 제대로 된 역할을 강조했다. 이들은 “지성의 빈곤과 타락이 현 난세의 원인이라는 것은 거꾸로 지성인들이 제대로 된 역할만 하면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얘기”라며 “반지성주의가 난무하고 지식인의 사회적 역할이 의심받는 지금이야말로, 서울대인들의 진가를 발휘해야 하는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해 월드컵 당시 유행했던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문구를 언급하며 “올 한 해는 분명히 만만치 않은 시간이 되겠지만, 지난 80년 가까이 거센 파도에도 꺾이지 않았듯이, 우리의 힘을, 지성의 힘을 믿고 꿋꿋이 나아가자”고 말했다.

2019년부터 4년 간 제27대 총장을 역임한 오 총장은 오는 31일 임기를 마무리 한다. 그는 자신의 임기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신년사에서 새로운 총장단의 변화를 기원했다. 오 총장은 “저는 임기를 곧 마치지만 올해 2월 새로 드러설 집행부는 서울대의 중장기발전계획에 따라 차근차근, 또 과감하게 변화를 이끌어줄 것”이라며 “새 집행부가 최적의 환경에서 곧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원활한 업무인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제28대 총장 최종 후보로는 유홍림 사회과학대 교수가 선출됐다. 유 교수는 향후 교육부 장관의 임명 제청과 대통령 임명을 거쳐 신임 총장으로 임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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