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조 큰손 고객 놓칠까'…화웨이 구하기 나선 美기업들

신정은 기자I 2019.06.26 16:09:47

인텔·마이크론, 3주전부터 제품 판매 재개
법적 검토 후 화웨이와 거래 재개 움직임
화웨이, 인텔 등 美반도체 기업서 11조 어치 수입
MS "소프트웨어 추가 지원 문제없어"

사진=AFP
[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 제재 방침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화웨이와의 거래를 재개했다. 해마다 수백억 달러의 제품을 구매하는 대형 고객을 놓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부 기업들은 화웨이 제재 완화를 위해 로비에 나서며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미국 반도체 업체들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거래 제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계속 거래를 해왔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인텔과 마이크론을 포함한 미국 대형 반도체기업들은 약 3주 전부터 수백만 달러 규모의 제품을 화웨이에 판매했다. 이들은 미국이 아닌 해외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주로 거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반도체기업들은 화웨이에 대한 거래제한 조치 이후 일단 거래를 중단했다가 법률 자문을 거친 후 거래를 재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인텔과 마이크론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미국 기업들은 행정부 제재조치를 어기지 않으면서 화웨이와 거래할 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이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16일 국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거래제한 명단’에 올렸다.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와 거래를 하려면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한 것이다. 다만 상무부는 기존 네트워크의 보수·점검이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에 한해 8월 19일까지 90일간 유예기간을 줬다.

미국 상무부가 유예기간을 발표하자 구글은 화웨이에 모바일 OS 안드로이드 수출을 중단하겠다던 계획을 잠시 보류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지난 17일부터 중국 화웨이 노트북을 다시 온라인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재고에 한해 판매를 재개하긴 했지만, 기존 고객에 대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서비스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팔린 소프트웨어에 대한 추가 지원은 문제없다는 게 MS 측의 설명이다.

미국 기업들이 이처럼 화웨이 제재에서 한발 물러선 건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이 워낙 큰 손 고객이어서다.

화웨이는 매년 미국 반도체 업체들로부터 약 110억달러(약 12조7500억원)에 달하는 부품을 구매해왔다. 퀄컴은 전체 매출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10%에 달하며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MS와 구글 등도 화웨이 제품이 더 팔릴수록 실적이 늘어나는 구조다.

일부 IT 기업들은 화웨이와 거래 재개를 위해 정부 로비에도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텔과 자일링스 임원들은 지난달말 미 상무부와 만난 자리에서 화웨이와의 거래를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다. 퀄컴도 비슷한 의견을 상무부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은 화웨이 거래 제한 조치에 따른 업계 영향을 설명하며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국가 안보와 관련 없는 기술은 해당 명령의 범위에 포함되어선 안 된다는 게 SIA의 주장이다.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도 미국 반도체 업체들과 화웨이 간 거래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에 대한 의견은 분분한 상황이다.

일부 관리들은 미국 반도체 업체들과 화웨이의 거래는 법 정신을 위배하고 화웨이를 압박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저해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또 다른 관리들은 거래 제한으로 미국 기업들이 타격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거래 필요성을 수긍하는 분위기다.

미국 내에서는 오는 8월 화웨이 거래 제한에 대한 임시 면허 종료를 앞두고 화웨이 제재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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