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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위기의 한국경제 어디로…전문가들의 苦言

김정남 기자I 2017.03.02 15:33:16

한국경제학회, '위기의 경제' 첫 정책세미나
"경제 위기 이길 회복력 있는 체제 구축해야"
"여가부, 인구부 혹은 인구가족부 개편 필요"

구정모 한국경제학회장.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절대위기의 한국경제, 어디로 가야 하나.

베테랑 경제학자들이 이 화두를 가지고 2일 머리를 맞댔다.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경제학회의 제1차 정책세미나에서다. 구정모 신임 경제학회장(강원대 경제금융학부 교수)은 취임과 동시에 위기에 빠진 현실 경제를 직시하겠다는 의중을 여러차례 드러냈는데, 이번이 그 첫 자리인 것이다.

구 회장은 “현재 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져 이제껏 가보지 못한 길을 가고 있다. 중장기 성장 모멘텀이 실종되면서 위기 상황에 빠져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위기를 통감하고 내일에 대해 좀 더 책임있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경제학자의 본분”이라고도 했다.

◇“중진국 함정 빠져나와야”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이는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였다. 그의 고언(苦言)은 우리 경제가 ‘중진국 함정’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졌다.

신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과거 1970~71년, 1980~81년, 1997~98년, 2008~09년 등 네 차례의 주요 위기에 따른 성장 감소율은 8% 정도로 파악됐다. 통상 위기 이후 성장률은 2~3년에 걸쳐 정점에서 2%가량 감소하곤 했다. 우리나라의 위기 정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더 큰 편이다.

신 교수는 “위기가 성장률을 낮추지는 않지만 위기동안 저성장으로 인해 낮아진 수준은 영원히 회복되지 않는다”면서 “금융위기가 반복될 경우 실질적으로 상당기간 성장률이 저하된다고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중진국들의 전형적인 특징 중 하나로 ‘잦은 경제위기’를 꼽으면서 “경제위기에서 회복력이 있는(resilient) 경제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재벌 문제도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급격히 재벌을 해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재벌은 여전히 생산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혁신의 주체이기도 하다”면서 “다만 재벌 체제가 갖고 있는 부작용을 피할 수 있는 제도적인 정비는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대 경제연구소장인 이근 교수가 보는 우리 경제도 ‘시스템 실패’ 상황이다.

이 교수는 “우리 기업과 산업의 위기 양상은 새로운 기업·산업·일자리를 정부 지원 없이는 스스로 장기지향적, 과감한 투자에 의해 창출해내지 못하는 시스템 실패 상황”이라고 했다.

학계와 공공연구기관, 정부관료, 최고집권층 모두 단기지향적이며, 유일한 장기지향적 조직이 재벌인데 이마저 외국인 주주 때문에 단기성과에 급급하고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장기적인 투자 마인드를 살리는 시스템으로 수술하고 대기업과 중소벤처간 선순환 구조를 창출해야 한다”면서 “이런 수술이 있어야 4차 산업혁명을 새로운 기회의 창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 예산만 투입하고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여가부, 인구부로 바꿔야”

이현훈 강원대 경제무역학부 교수도 우리 경제를“심각한 위기”로 보고 있다. 이 교수는 “앞으로 더욱 더 큰 위기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위기의 원인이 내부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인구 고령화, 제4차 산업혁명, 소득 양극화, 사회적 갈등 심화, 역(reverse) 세계주의 등에 기인하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다만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면서 몇 가지 제안을 했다. 외환보유액을 낭비하지 말고, 재정정책을 남발하지 말라는 게 대표적이다. 기업의 사내유보를 비판하지 말고, 미국 중국 일본과 통화스와프를 유지하자는 제안도 했다. 개인의 경우 부채를 줄이고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그는 또 “지금은 성장 사다리가 끊어져버린 상태”라면서 “성장과 사회적 형평성을 ‘윈윈’하는 포용적 성장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아울러 “여성가족부를 ‘인구부’ 혹은 ‘인구가족부’로 개편해야 한다. 인구 고령화에 대한 총체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역 세계화에 대응하려면 대통령 직속 ‘국제통상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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