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데 덮친격'..업황 부진한 석유화학·해운업계 '울상'

하지나 기자I 2023.04.10 18:08:32

에틸렌스프레드 200달러대..손익분기점 밑돌아
中리오프닝 효과 미미..유가상승→수익성 악화
2월부터 SFCI 900선..낮은 운임에 유류비 부담↑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최근 주요 석유수출국기구(OPEC)회원국과 주요 산유국으로 이뤄진 OPEC 플러스(+)의 깜짝 감산 소식에 국제유가가 80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최근 경기 침체 우려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해운업계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나프타 가격은 톤(t)당 685.12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중순 631달러까지 떨어졌던 나프타 가격이 OPEC 감산 소식 이후 다시 상승하는 모습이다. 석유화학업계의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나프타 가격 차)는 224.87달러를 기록하며 손익분기점(300달러)을 하회하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내 신규 크래커 증설로 공급 과잉 이슈가 있는 상황으로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우선 수요가 회복돼야 한다”면서 “수요가 늘어나면 제품 가격에 유가 상승 비용을 반영할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원가 부담만 늘어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요 측면에서 기대를 모았던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는 아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석유화학 제품의 중국 수출액은 전년대비 37.9% 줄어든 10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3월 초 중국 양회 이후 본격적인 리오프닝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히려 대중 수출액은 전달(12억3000만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 2년간 주요 NCC(나프타 분해 설비)업체들이 공장가동률을 낮추거나 정기보수 일정을 앞당겨 진행하는 공급조절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국내 주요 석유화학업체들의 1분기 실적은 전년대비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 특수 영향이 사라지고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물동량이 줄어든 해운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유류비가 전체 비용의 10~25%를 차지하는 해운업계에서는 유가 상승은 곧바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특히 지난해까지만 해도 높은 화물운임으로 유류비를 상쇄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956.93을 기록했다. 지난해 초 사상 최고치인 5109.60까지 치솟았던 SCFI 지수는 지난 2월 손익분기점인 1000선이 붕괴된 이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906.55까지 하락하며 900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컨테이너선 운임 약세는 HMM의 실적 악화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10조원에 육박하는 HMM의 경우 90% 이상이 컨테이너 부문에서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SCFI지수가 5000대를 나타냈을 때는 유가가 올라도 전체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도 안됐는데 최근처럼 운임이 하락한 상황에서는 유가 변동에 따른 비용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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