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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서 분출된 韓日 갈등…독도문제로 공동회견 거부

정다슬 기자I 2021.11.18 17:08:57

예정됐던 공동 기자회견에 美셔먼 부장관만 나타나
"日 독도문제로 불참 의사 전해"
한일 관계, 한미일 공조에도 영향

한미일 외교차관들이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3국 협의회를 가졌다. (왼쪽부터) 최종건 외교부 1차관,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사진 웬디 셔먼 트위터]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김창룡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에 대한 일본의 반발로 한·미·일 외교차관 공동 기자회견이 돌연 무산됐다. 깊어진 한일 갈등의 골이 한·미·일 3각 공조에도 영향을 미치는 상황까지 발생한 셈이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셔먼 부장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17일(현지시간)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 후 공동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작 회견 예정시간인 오후 2시 회견장에 홀로 나타난 셔먼 부장관은 “한동안 그랬듯이 한일 사이에 계속 해결해야 할 일부 양자간 이견이 있었다”면서 “이 이견 중 하나가 오늘 회견 형식의 변화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최 1차관은 이후 워싱턴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일본 측이 우리 경찰청장 독도 방문 문제로 회견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개최국인 미국이 단독 회견을 통해 한·미·일 차관협의를 공개하는 데 동의했다”며 “이번 협의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외교가에 따르면 회담에 참석한 모리 차관은 한국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으로 이번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에 참석을 하지 못할 뻔 했다며 미국 측에 하소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을 문제삼은 상부가 자신의 워싱턴행을 막으려고 했지만 자신이 이번 3국 차관 협의회가 중요하다며 상부를 설득해 워싱턴에 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셔먼 부장관은 한일 갈등에 협의 내용이 묻힐 수 있다고 보고, 양국에 자신이 혼자 협의회 결과를 설명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진 한·일 외교차관 회담에서도 양측은 독도 문제로 충돌했다. 모리 차관은 최 차관에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에 대해 항의했고 최 차관은 독도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우리의 고유영토라며 일본의 부당한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주최 측인 미국의 입장을 불편하게 만들면서까지 일본이 이례적으로 반발한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2009년 10월 당시에도 강희락 경찰청장이 독도를 방문해 경비대원과 식사를 하고 격려했지만 한일간 외교 이슈로 부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에는 식민 지배에 대해 사과할 정도로 우호적인 옛 민주당 하토야마 내각이 집권할 당시였고, 자민당 재집권 이후 일본의 우경화 흐름이 가속화됐다는 점에서 동일한 비교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이번 파열음이 기시다 후미오 내각이 집권이 안정화된 이후, 개각이 이뤄진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지한파인 히야시 요시마사가 취임하면서 얼어붙은 한일관계를 개선할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질지 기대됐지만, 쉽지 않은 난제임이 확인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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