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또다시 고개드는 이탈리아-그리스 위기설

방성훈 기자I 2017.02.09 14:45:43

이탈리아·그리스 국채 수익률·부채비율 상승
유로존 회의론자들 ‘이탈렉시트·그렉시트’에 베팅
IMF “그리스, 채무 지속가능성 無…부채탕감 필요”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글로벌 주식시장이 상승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위기에 대한 두려움이 좀처럼 걷히지 않고 있다.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부채 문제 때문이다. 지난 수 년동안 시장을 괴롭혀 왔던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든 것. 최근엔 이탈리아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을 점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독일을 비롯한 유로존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탈리아·그리스 국채 수익률·부채비율 상승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몇 년 동안 적극적으로 채권을 매수해 왔다. 2015년 3월부터 매달 600억유로의 채권을 사들이는 양적완화를 실시했으며 지난 해 3월을 기점으로 매입규모를 월 800억유로로 늘렸다. 덕분에 유럽엔 경제 회복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와 이탈리아의 개헌 국민투표 부결 등과 같은 정치적 충격을 상쇄시키는데 큰 도움이 됐다.

유럽 경제가 회복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는 결국 ECB의 채권 매입 축소(테이퍼링)로 이어질 것이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탈리아와 그리스의 부채 압박이 확대됐을 때 유럽, 특히 독일에서 이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불투명하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걱정을 키우고 있다. 투자자들은 투자 위험성에 대해 재평가를 실시했고 이는 국채 매도로 이어졌다.

이탈리아에서는 일부 헤지펀드가 이탈리아 채권 가격의 추락에 직접 베팅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지난 해 가을 이후 두 배 가량 높아진 연 2.3%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스의 채무위기 우려도 다시 고개를 들며 그리스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연초 6.7%에서 8%를 넘어섰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 2012년 여름 유로를 구하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이탈리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경기침체로 인해 123%에서 133%로 상승했다. 그리스 역시 159%에서 183%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는 두 나라의 가혹한 경제적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NYT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두 국가는 경제를 확장시키지 않으면 부채 더미를 줄일 수 없다. 월급보다 많은 신용카드 빚을 갚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직장인처럼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채권단의 요구에 따른 제약으로 충분한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일한 대안은 부채 구조조정이나 유로화를 포기하는 것 뿐이라고 진단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전(前) 이코노미스트였던 아쇼카 모디는 “두 국가의 부채 문제는 유럽의 문제를 넘어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됐다”고 전했다.

◇유로존 회의론자들 ‘이탈렉시트·그렉시트’에 베팅

두 국가의 부채 문제는 2010년과 2011년 유럽 재정위기의 중심이었다. 이후 경제학자들과 트레이더들은 두 국가에 대한 보고서를 쓰기 시작했다. 덕분에 이젠 두 국가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이뤄졌다. 이탈리아의 추락에 베팅한 투자자들은 이탈리아가 결국 빚을 갚지 못할 것이라는 두 개의 연구에 주목했다.

하나는 런던에 본사를 둔 헤지펀드 애스텔론캐피탈은 연구 보고서다. 보고서는 이탈리아 경제가 성장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조조정이 필수라고 분석했다. 이탈리아 부채 대부분이 현지 법에 의해 규율돼 구조조정이 더 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2011년 그리스에서 이미 증명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런던이나 뉴욕에 있는 법원이 아닌 현지 법에 따라 국제 투자자들의 부채를 관리하는 것이 정부에게는 채무 구조조정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ECB와 부실한 이탈리아 은행들이 지난 3년 동안 이탈리아 국채의 주요 매수자였다며 이 때문에 채권 수익률은 6%에서 1%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 국채가 한동안 많은 미국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는데, 향후 민간 채권단의 헤어컷 위험까지 고려하면 현재의 2%대 수익률은 충분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극단적으로 보면 EU에서 탈퇴해야 한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탈리아 투자은행인 메디오방카의 보고서도 유로존에 회의적인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 보고서 역시 이탈리아가 유로존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탈리아가 전혀 성장하지 못하고 있으며 수출국 경쟁력도 악화돼 채무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또 그리스는 채권단에 6.1% 늘어난 돈을 지불하고 있으며, 이는 이탈리아(5.5%)보다 많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결국 자발적인 채무 재조정과 이탈렉시트(이탈리아의 EU 탈퇴) 또는 두 가지가 결합된 시나리오라는 결론에 이른다”고 요약했다.

◇IMF “그리스, 채무 지속가능성 無…부채탕감 필요”

IMF 역시 이날 그리스의 성장, 경쟁력, 채무의 지속 가능성이 회복되지 않았다며 부채 탕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오는 4월 채무상환 만기를 앞두고 채권단과 그리스, 채권단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점을 꼬집었다. 유럽과 독일, 그리스 정부는 그리스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며 반박했다. 하지만 메디오방카 보고서의 저자 중 한 명인 마르첼로 미넨나는 IMF와 유럽의 분쟁은 핵심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탈리아와 그리스는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성장이 멈춰 있다”면서 “유로존의 구조조정이 없다면 두 나라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