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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주공 조합, 후분양 고심에…시공사 “절대 불가”

신수정 기자I 2021.06.22 16:34:25

조합, 분상제에 공시가격 상승분 반영 고민
건설사, 금융비용 높아져 부담…"선분양 해야"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서울 재건축아파트 대장주로 꼽히는 ‘둔촌주공’ 시공사가 후분양 가능성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조합은 분양 일정을 미룰수록 분양가 상한제에 적용될 땅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해 수지타산을 계산 중이지만, 시공사는 3조 2000억원에 달하는 공사비가 부담스러워 선분양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단지가 재건축 공사 진행중이다.(사진=연합뉴스)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 등 둔촌주공 시공사 컨소시엄은 ‘둔촌 올림픽파크 에비뉴포레’ 분양을 기존 선분양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조합에 입장을 전달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공사금액이 3조원을 넘어서 자금조달 규모가 크고 현금 유동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는데다 컨소시엄으로 묶여 있어 이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내기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조합 내분으로 일반분양 일정이 미뤄지고 있지만 협의를 통해 기존 선분양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역대 최대 규모로 불리는 재건축 사업이다. 서울 강동구 둔촌1동 일원에 지상 최고 35층 85개동 1만 2032가구(임대 1046가구) 규모의 아파트와 부대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일반분양 물량은 4786가구에 달한다.

최근 선출된 둔촌 주공 재건축 조합은 분양가 TF를 구성하고 분양가 책정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조합은 분양가 상한제 상황에서 높은 공시지가를 반영하기 위해 분양시기를 늦추는 방안인 후분양, 주택도시공사(HUG)의 분양가 통제를 받지 않는 완전후분양 방안도 두루 고민 중이다.

조합원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에 대응해 적정 가격을 책정하기 위한 논의가 0순위에 있다”며 “한정된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만큼 후분양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정해진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조합은 당초 지난해 일반분양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일반분양가 책정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깊어지면서 분양일정이 미뤄졌다. 기존 조합이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피하기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제시한 3.3㎡당 2978만원을 밀어붙이자 조합원은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며 강하게 반발, 지난해 8월 집행부가 전원 해임됐고 지난달 새로 선임됐다.

시공사는 당초 계획인 ‘선분양’을 고수하고 있다. 건설사는 3조 2000억원에 달하는 공사비 부담을 선분양을 통해 먼저 끌어들임으로써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복안이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완전후분양’ 방안도 부정적이다. 공사비에 들어가는 이자부담을 건설사가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데다 향후 이에대한 비용을 조합에 청구하는 과정이 복잡하다는 설명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선분양은 분양자의 분할 납부금으로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는 방식이지만, 후분양은 골조 공사 이후에 분양대금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리스크가 크다”며 “또 공사기간 동안 자금조달 책임을 져야하는데 이같은 금융비용 청구 과정 또한 매끄럽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조합이 공시가격 상승분을 반영하기 위해 후분양제도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후분양 변경 전환 가능성은 낮게 평가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위원은 “후분양을 함으로써 공시가격 상승분에 따른 분양가 상승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익 확대를 위한 고민의 일환이다”고 분석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 역시 후분양 논의가 있었지만, 조합측의 금융 조달 책임과 흥행 불확실성 등 때문에 좌절돼 왔다”며 “분양가 책정절차가 계속해서 지연될 경우 사업비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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