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소비 덕 본 2분기…대유행·수출둔화에 4%성장 물음표(종합)

이윤화 기자I 2021.07.27 15:20:29

2분기 GDP 전기비 0.7% 성장..4개 분기 연속 플러스
수출 마이너스 전환에도 민간소비 12년만 최고 기록
3분기 코로나 감염병 상황, 수출 우려에 부정 전망도

22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이 주말을 앞두고 여행을 떠나는 인파로 붐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우리나라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민간소비 회복에 힘입어 전기대비 0.7% 성장을 기록하면서 최근 4개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세를 이어갔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 등에 수출이 마이너스(-)로 전환했지만 보복(pent-up) 소비가 확대되면서 민간소비가 12년만에 최고치를 보인 영향이다.

한국은행은 1·2분기 합한 상반기 경제성장률을 보면 당초 전망치 3.7%보다 0.2%포인트 높은 3.9% 수준이기 때문에 하반기 0.7%씩만 성장하면 연간 4% 성장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반면 코로나19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4%대 성장이 흔들릴 수 있다는 비관론도 여전하다.

자료=한국은행


민간소비 12년만에 최고치 기록…GDP 성장 기여도도↑

27일 한은의 ‘2021년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 발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실질 GDP는 475조7625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0.7% 늘었다. 실질 GDP 전기대비 성장률은 코로나19 영향에서 회복되기 시작한 지난해 3분기 2.2%로 처음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한 뒤 4분기째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2분기 경제성장을 주도한 것은 민간소비다. 4차 대유행이 선포되기 이전인 6월까지 민간소비는 의류 등 준내구재와 오락문화, 음식숙박 등을 중심으로 민간소비가 증가하면서 전기 대비 3.5%나 뛰었다. 이는 2009년 2분기(3.6%)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며, 1.2% 성장에 그친 지난 1분기와 비교해봐도 성장 폭이 더욱 컸다.

민간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데 이어 정부소비 역시 증가세를 이어갔다. 정부소비는 건강보험급여비 지출을 중심으로 3.9% 증가해 1987년 2분기(4.2%) 이후 34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이에 소비의 GDP 성장 기여도 역시 전기비 0.8%포인트에서 2.3%포인트로 올랐다. 이 가운데 민간소비의 기여도는 1.6%포인트, 정부 지출은 0.7%포인트를 기록했다.

투자 부문에 있어서는 건설투자는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모두 줄어 2.5% 감소했지만, 설비투자는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0.6% 증가했다. 설비투자 증가폭은 지난 1분기(6.1%) 대비 크게 낮아졌고, 투자의 기여도는 전 분기 0.8%포인트에서 -0.2%포인트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반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견인하던 수출은 전기 대비 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지난해 2분기(-15.9%) 이후 1년여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등에 자동차 수출이 제한을 받았고 액정표시장치(LCD)도 줄어드는 등 주역 수출 품목이 타격을 받은 영향이다. 반면 수입은 1차 금속제품, 화학제품 등이 늘어 2.8% 증가해 2.9% 늘어난 1분기와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 기여도는 2분기 -1.7%로 1분기(-0.3%)에 비해 마이너스 폭이 확대됐는데 이는 수출이 줄어든 반면 수입은 증가세를 지속했기 때문이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2분기 경제성장률의 주요 특징은 순수출의 GDP 기여도가 하락했지만 민간소비 성장률이 12년만에 최대치를 보이면서 조사국의 당초 예상 수준이었던 0.6%후반대~0.7%에 부합하는 수준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소비 제한된 4차 대유행 불확실성 커져…수출 기여도↓

문제는 3분기와 4분기의 성장 흐름이 한은의 기존 전망 경로처럼 흘러갈지다. 한은은 2분기 성장률이 0.7%를 달성한 만큼 3분기와 4분기도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집행과 수출 상황 개선 등에 연간 4% 성장 달성이 가능하다고 봤다. 이는 지난 5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0%로 상향 조정하면서 2~4분기 동안 0.6%대 후반 이상씩 성장하면 가능하다고 발표한 것과 동일한 입장이다.

전기비 성장률이 작년 3분기 2.2%, 4분기 1.1%, 올해 1분기 0.7%로 성장폭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경기회복 초기 급상승 단계를 지나 ‘안정적 확장 국면’에 진입할 것일 뿐, 2분기 성장률 역시 잠재성장률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혹시 3분기에 성장률이 0.5%로 낮아지더라도 4분기 1.1% 성장하면 4% 연간 성장이 가능하다면서 (3분기 성장률을)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하반기로 갈수록 수출 중심의 성장동력이 약해지는 상황에서 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영향에 3분기 민간소비가 얼마나 위축될지 불투명해 연간 4% 성장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여전히 남아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간 전망치를 4.6%에서 4.3%로 하향조정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도 4.2%에서 1%포인트 내린 4.1%로 전망치를 바꿨다. 임혜윤 KTB증권 연구원도 2분기 성장을 주도한 민간소비 제약이 장기화하면 4%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봤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연간 성장률을 3.7% 수준으로 전망하면서 수출 성장동력 약화,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민간소비 성장 유지 불확실성 등을 근거로 들었다.

정원일 연구원은 “7월은 20일까지 데이터 밖에 안나왔지만 상반기 무역수지 흑자폭이 180억불인데 반해 하반기엔 20일 동안에만 40억불이 날아갔다”면서 “무역적자를 만들어낸 것은 가스·원유·자동차부품 등 수입 가격이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고 이는 결국 성장률 기여도에 제한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낸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2분기 성장률이 당초 예상치에 부합한다고 해도 정부 소비가 절반이다. 게다가 4차 대유행은 반영도 안된 상황인데 민간소비 3분기에 줄어들게 분명하다. 백신보급을 서둘러야 한다”면서 “마이너스로 돌아선 수출도 원자재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고 공급망 차질도 빚고 있는데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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