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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없이 채용기준 변경"…法 국민은행 전현직 임직원에 집유 선고

손의연 기자I 2018.10.26 15:46:45

"공소사실 모두 유죄 인정…범죄전력 없고 성실하게 근무한 점 고려"

서울 남부지방법원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국민은행 채용과정에서 응시자들의 점수를 조작하고 여성 지원자의 점수를 낮추는 등 부정 채용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국민은행 전·현직 직원들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다만 법원은 정상을 참작해 집행을 유예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단독(부장판사 노미정)은 26일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국민은행 인사팀장 오모씨, 전 부행장 이모씨, 인력지원부장 권모씨에게 각각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를 받는 HR본부장인 김모씨에게는 징역 10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앞서 국민은행은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지며 검찰 수사를 받았다. 오씨 등은 지난 2015~2017년 신입과 인턴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수차례 서류전형과 면접전형 점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지난 2015년 상반기 신입 행원 채용과정에서 남성 지원자 113명의 서류 평가점수를 높이고 여성 지원자 112명의 점수는 낮춰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는다. 당시 이들은 2차 면접전형에서 청탁대상자 28명의 면접점수를 조작해 20명을 부정합격시켰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인재 채용을 위한 정당한 조정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조정 방법에 있어 별다른 기준이나 규칙이 없었다. 지원자들이 받은 등급을 사후에 변경하는 것이 국민은행의 인사규정에 부합해 보이지 않는다”며 “심사위원이 평가한 전형별 결과를 변경할 수 있다는 규정이나 사전 안내, 사후 동의가 없어 채용부서가 이를 변경할 정당한 권한이 없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2015년 상반기 신입채용 당시 국민은행의 남녀비율은 남성 53%, 여성 47%로 남성이 더 많았다. 일선 지점에서 남성직원에 대한 수요가 있었기 때문에 더 선발했다고 주장하지만 직무성격에 비춰볼 때 남성직원이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여성을 배제하고 남성을 더 많이 합격시켰어야 할 기업경영상 필요성이 있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피해를 본 지원자들은 허탈감과 배신감을 보상받을 수 없다”고 꾸짖었다. 다만 “그러나 피고인들이 국민은행에서 성실하게 근무한데다 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을 참작한다”고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4일 검찰은 오씨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또 이씨와 김씨, 권씨 등 3명에게는 각 징역 3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법원은 이날 국민은행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한편 서울민중청년단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1시부터 법원 정문에서 채용비리 범죄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1인 피켓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KB국민은행에 대한 판결은 은행권 채용비리 사건과 관련한 첫 사례라 매우 중요했지만 법원의 1심 판결은 검찰의 구형인 징역 3~4년 보다 터무니없이 적다”라며 “피해를 입은 지원자를 구제할 방법이 없기에 채용비리와 관련해 엄중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민중청년당이 26일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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