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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판단 불복했다가…'檢의 굴욕'

성세희 기자I 2016.08.02 19:18:50

롯데계열사 현직 사장 구속영장 청구 기각
현직 국회의원 3명 상대 구속영장 청구도 기각

[이데일리 성세희 전재욱 유현욱 기자] 검찰이 법원에 청구한 구속영장이 잇달아 기각되면서 체면을 구겼다. 법원에 재청구한 선거사범 구속영장도 모두 거절당했다. 무리수를 둔 검찰은 법원 판단에 불복하는 초강수를 뒀다가 역풍을 맞게 됐다.

불길한 조짐은 롯데에서 시작했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특수4부·첨단1부)은 강현구(56) 롯데홈쇼핑 사장이 홈쇼핑 재승인을 명목으로 미래창조과학부 공무원 등에게 로비한 정황을 포착했다. 강 사장은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 과정에서 직원 월급을 빼돌렸다는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지난달 법원에 현직인 강 사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기각됐다.

수억원대 공천헌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재청구돼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국민의당 박준영 의원이 1일 오후 영장 기각이 결정돼 서울남부지검에서 나와 차에 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폭스바겐 연비 조작’ 의혹에 직접 가담한 장본인도 구속되지 않았다. 검찰은 법원에 2005년부터 약 8년간 경유차 배출가스 조작 사실을 알고도 폭스바겐 차량을 수입해 판매한 박동훈(64) 전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일 박 전 사장의 사전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총선) 사범 수사에 집중한 검찰은 거듭 치욕을 당했다. 선거 사범을 색출하던 검찰은 현역 국회의원의 혐의점을 잡고 구속 수사 원칙을 내세웠다. 검찰은 지난 5월 김종태 새누리당 의원 배우자를 구속 기소해 법원에서 첫 당선무효형을 받아내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선숙(56) 국민의당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왕주현(52) 전 부총장과 공모해 홍보업체 브랜드 호텔 전문가로 구성된 선거운동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박 의원은 김수민(30) 국민의당 의원과 함꼐 선거 공보물 인쇄업체(비컴)와 TV광고 대행업체(세미콜론)를 종용해 광고 계약금 2억 1620여만원을 TF에 지급하게 한 혐의를 받았다.

박준영(70) 국민의당 의원은 신민당 창당준비위원회 대표 시절 김모(64) 사무총장으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3억5000만원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았다. 검찰은 지난 5월과 7월 법원에 세 의원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한 차례 기각됐다.

검찰은 현역 국회의원인 세 사람에 대한 미련을 놓지 못했다. 선거사범 엄단은 올초부터 김수남 검찰총장이 직접 지시한 사안이기도 했다. 대검찰청 공안부(부장 정점식)는 지난달 28일 “지금까지 구속된 선거사범 100명 가운데 박 의원 등 세 명의 혐의가 가장 중대하다”라며 두 번째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대검까지 전면에 나섰지만 법원은 이번에도 박 의원 등의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검찰은 잇따른 영장 기각에 반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해 사실상 수사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라며 “(검찰과) 시각차를 드러내 안타깝지만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원은 형사소송법상 중범죄자가 아니라면 불구속 수사와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 구속은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등 인권 침해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구속영장 발부 기준은 형사소송법 제70조 상 크게 △주거지 불확실 △증거 인멸 △도주 우려 여부다.

재경지법 소속 형사부 판사는 “형사소송법상 영장 발부 기준에 맞지 않으면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는 게 옳다고 본다”라며 “헌법이 기본권을 제한하는 구속 수사를 엄격하게 제한하므로 재판에 성실히 출석하는 사람을 굳이 구속할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다.

검찰이 이번 사태로 앞으로 주요 피의자의 구속영장을 발부받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또한 ‘내우외환’으로 몸살을 앓은 검찰이 연달아 헛발질하면서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당은 세 의원의 구속영장 재청구 기각 소식에 “국민을 받들고 검찰 개혁 등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별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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