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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자신감에도 시장 '싸늘'…"달러당 7.5위안 갈수도"

김정남 기자I 2023.08.23 22:08:17

시진핑 "中 경제 회복력 있다" 자신감
시장은 싸늘…中 자산 등지는 투자자들
中 증시 연일 급락…위안화 추락 불가피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 경제는 회복력이 있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중국 위기론이 불거지면서 대규모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지만, 이에 또 선을 그은 것이다.

그러나 시 주석의 자신감에 대한 시장의 시각은 우호적이지 않다. 중국 본토 증시가 연일 하락하는 가운데 달러·위안 환율이 단기적으로 7.4위안 혹은 그 이상 상승(달러화 강세·위안화 약세)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반응이 나온다. 중국 당국자들이 위기를 타개할 만한 의지와 능력을 갖췄는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제기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FP 제공)


시진핑 “중국 경제 회복력 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 비즈니스 포럼에서 “중국 경제는 강한 회복력과 엄청난 잠재력, 큰 활력을 갖고 있다”며 “장기 성장세를 위한 펀더멘털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날 예고 없이 포럼에 불참했고,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연설문을 대독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초대형 규모 시장과 성숙한 산업 시스템, 풍부한 고급 노동력 등 경제적인 이점을 누리고 있다”며 “중국 경제라는 거대한 배는 계속 바람을 타고 파도를 가르면서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최근 중국은 주요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도미노 채무불이행(디폴트) 공포에 휩싸여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시 주석이 내놓을 경제 조치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던 차였다. 하지만 이날 시 주석이 중국 경제에 자신감을 보인 것은 위기를 넘을 만한 획기적인 부양책은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시 주석은 또 “지난 10년간 세계 경제 성장에 대한 중국의 연평균 기여도는 30%를 넘었다”며 “중국은 반드시 세계 경제에 더 큰 공헌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와 함께 일하고 싶은 누구에게나 문을 열어줄 것”이라며 “높은 수준의 개방을 확고히 추진하고 시장 접근성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중국 공산당 이론지인 추스(求是)를 통해 ‘공동부유’(共同富裕·다 함께 잘 살자)와 ‘인내심’을 강조해 주목받았다. 그 직후 인민은행은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을 0.1%포인트(1년 만기 기준) 인하했다. 시장 기대에 한참 못 미친 ‘찔끔’ 인하였다. 시 주석의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에서의 중국 경제 언급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증시 급락…위안화 내림세

금융시장의 시선은 싸늘했다. 간밤 역외 달러·위안 환율은 7.3달러대에서 호가가 나왔다. 전날 7.28위안대와 비교해 더 올랐다.

인민은행은 이날 오전 달러·위안 고시환율을 전거래일 대비 0.0004위안 하락한(위안화 가치 0.01% 절상) 7.1988위안으로 고시했다. 관리변동환율제를 시행하는 중국은 매일 오전 고시환율을 발표한 후 시장환율을 기준환율 대비 ±2.0%선에서 관리한다. 전날 역내 마감가 7.2935위안보다 한참 낮은 고시환율을 발표한 것은 어떻게든 위안화 절하를 막거나, 절하 속도라도 늦추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이날 고시환율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적어도 장중 7.34위안대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이날 역내 달러·위안 환율은 줄곧 7.28달러대에서 움직였다.

하지만 시장은 추세적인 위안화 약세는 불가피하다고 보는 기류다. 역내와 역외에서 위안화 매도세가 강해지고 있어서다.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다음달(9월) 말까지 역외 위안화가 달러당 7.4위안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고, 일부에서는 단기적으로 7.5위안은 열어둬야 한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7.4~7.5위안 레벨부터는 중국 당국의 개입 강도 역시 더 세질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 증시를 등지는 흐름도 뚜렷하다. 블룸버그는 “해외 펀드들이 전날까지 12일 연속으로 중국 본토 증시에서 93억달러(약 12조5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가 2016년부터 관련 데이터를 추적한 이후 최장 기간이다. 중국 우량주를 중심으로 ‘팔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블룸버그의 설명이다. 실제 이날 중국 본토의 상하이 종합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34% 급락했다. 선전 성분지수는 2.14% 떨어졌다.

노벨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 칼럼을 통해 “현재 중국은 2008년 미국·유럽 경제와 비슷하다”며 위기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중국은 2008년 서방 국가들보다 부동산 거품이 심하고 그림자 금융 문제까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당국자들이 필요한 조치를 할 만한 의지를 갖췄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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