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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대입 박람회도 인지도 따라 ‘부익부 빈익빈’

신하영 기자I 2014.07.31 18:25:32

서울 주요 대학 상담부스 찾는 발길 많아 번호표 발급
박람회 찾은 수험생들 “대학 선택기준? 단연 인지도”
“대학간판 취업·결혼에 영향 준다”···‘인 서울’ 인기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저보다 더 잘 아시지 않나요?”

3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5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박람회’를 찾은 한 고등학생에게 서울 주요 대학에만 관심을 갖는 이유를 묻자 이런 반문이 돌아온다. 졸업 후 취업 전망을 고려하면 서울 소재 대학을 노리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는 반응이다.

실제로 이날 박람회장에 설치된 전국 130개 대학을 찾는 발길은 서울·지방 소재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특히 서울의 주요 대학 상담관 앞에서는 입학상담을 받으려는 수험생들이 몰려들자 번호표를 나눠주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 “취업 잘하려면 대학 인지도 고려해야”

대학에서 통계학을 전공하고 싶다는 이창렬(시흥 능곡고 3)군은 “내 점수로 갈 수 있는 대학 중 ‘인(in) 서울’ 대학 상담관을 찾아다니고 있다”며 “중앙대와 동국대에 관심이 있는데 아무래도 서울에 있는 대학을 선택해야 나중에 취업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화학과를 지망한다는 김경연(서울 경일고 3)양도 긴 줄을 마다하지 않고 서울여대 상담관 앞에 줄을 섰다. 그는 “대학을 선택할 때 가장 크게 고려하는 것은 인지도”라며 “우선은 화학과목이 적성에 맞아 화학과로 진학할 계획이지만, 중간에 약학대학에 도전해볼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2011학년부터 약대 입학이 사실상 3학년 편입학 체제로 바뀌었기 때문에 대학 화학과에 입학한 뒤 2학년 때 약대 진학을 노리겠다는 뜻이다.

울산에서 새벽에 서울로 올라왔다는 권재영(울산 남목고 3)군도 대학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단연 ‘인지도’를 꼽았다. 그는 “인지도가 있는 대학을 가려는 이유는 사회적 인식 때문”이라며 “출신 대학이 어디냐에 따라 취업은 물론 결혼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에게도 “대학에서 광고홍보학을 전공하고 싶은데 대기업 채용 시 대학 간판과 공모전 수상실적 중 무엇을 더 중시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박람회장에서 상담 안내를 맡은 각 대학의 홍보대사들도 상담관을 찾는 발길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서울여대 서연주(불어불문 2)씨는 “아침 9시부터 나와 상담관 오픈을 준비해 조금 피곤하지만 수험생들이 많이 찾아와 줄까지 서니 기분이 좋다”면서 “수험생들에게는 ‘학과 선택할 때는 적성을 고려해 선택해야 나중에 후회가 없다’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 입시제도에 대한 현장 목소리 ‘생생’

등록금 수준까지 고려해 대학을 선택한다는 답변도 많았다. 서울과학기술대 상담관 앞에서 줄을 서 있던 최진혁(익산 남성고2)군은 “서울과기대가 서울에 있는 대학이면서 국립이라 등록금까지 싸 진학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혜주(하남 신장고3)양도 “사회복지사가 장래 희망이라 사회복지학과가 설치된 5~6개 대학을 뽑아놓고 등록금 액수를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달라진 입시제도에 대해서도 생생한 현장 목소리를 접할 수 있었다. 학생들은 대입 간소화로 복잡했던 수시 전형이 △학생부(교과·종합) 전형 △논술·적성 중심 전형 △특기자 전형으로 분류된 점에 만족을 표했다. 권재영 군은 “예전에는 대학마다 입시전형이 복잡했는데 지금은 학생부·논술·특기자 전형으로 크게 분류돼 있어 자신이 강점을 가진 분야에 어떤 전형들이 있는지만 살피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부적인 제도 개편에는 적지 않은 불만도 드러냈다. 소재환(익산 남성고2)군은 “어릴 때부터 로봇 만들기에 관심이 많아 고1 때부터 교내 로봇 동아리에서 활동했다”며 “지역 로봇축제 등에서 수상한 경험도 있는데 올해부터는 학생부에 외부 수상실적을 기재하지 못하게 해 불이익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데일리 김정욱 기자]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주최로 열린 ‘2015학년도 수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에서 수험생들이 입장을 기다리며 대학별 부스배치표를 확인하고 있다. 이번 박람회는 다음달 3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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