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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BBC'·삼성 '파운드리'·한화 '우주'…생존전략 다시 짜는 기업

함정선 기자I 2022.08.03 18:30:52

SK, BBC 중심 사업 재편…계열사, 매각과 인수 잇따라
삼성, 파운드리 시장 뛰어들어…LCD 사업은 철수
한화, 계열사 인수·매각으로 대대적 개편…방산·우주 '중심'
포스코와 롯데 등 배터리와 소재 미래사업에 주력

[이데일리 함정선 이다원 기자] 국내 기업들이 새 성장동력 확보 차원의 사업 재편을 위한 미래 전략 구상에 나서고 있다. 올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부터 에너지 위기, 인플레이션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까지 더하며 경영환경이 복잡해진 탓에 기존 사업 방식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해서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3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새 판 짜기에 돌입한 셈이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불필요한 사업 매각하고 성장 사업 뛰어들고

최태원 회장의 딥체인지(근본적인 변화) 주문에 SK그룹은 체질 개선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간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중심이었다면 올해부터는 이를 좀 더 구체화해 반도체(Chip), 배터리(Battery), 바이오(Bio) 3개 핵심동력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의 핵심 산업으로 손꼽히는 이른바 ‘BBC’ 산업에서 우위를 점해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SK하이닉스가 국내 8인치 파운드리 기업 ‘키파운드리’를 인수하며 비메모리 사업에 뛰어든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손꼽힌다. 업황에 따라 변동하는 메모리 사업 중심이던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를 통해 비메모리 비중을 키우면서 사업 구조 역시 변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SK그룹 계열사들도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C는 필름사업부문을 매각하고 SK가스도 터키 유라시아 해저터널 지분을 매각하며 사업 효율화에 나섰다. 특히 최 회장은 이미 지난달 경영진에 글로벌 위기에 걸맞은 새로운 경영시스템을 다시 짜라고 주문했고 이달 열리는 SK그룹 최대 행사인 ‘이천포럼’에서 이 같은 경영시스템에 대한 점검과 새로운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도 사업 재편에 나서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사업을 벌이던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점유율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변화를 예고했다. 삼성전자는 앞서 세계 최초로 3나노미터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공정을 통해 1세대 양산에 나선 가운데 최근 2세대 고객까지 확보하며 지속적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또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6월 LCD 사업 철수를 결정한 후 OLED 라인업을 구축하고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에 집중하기로 했다.

LG전자는 수익성이 적거나 경쟁이 치열한 사업을 빠르게 정리하며 효율화를 강조하고 있다. 중국의 저가 공세가 거센 태양광 시장에서는 패널 생산과 판매를 중단하며 발을 뺐고 LG디스플레이 역시 TV용 LCD 패널의 국내 생산을 내년까지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호텔과 TV 등 하이엔드 중심의 제품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치겠다는 전략이다.

(사진=김정훈 기자)
우주, 배터리, 소재…미래 책임질 ‘신사업’ 찾아 체질 개선

한화그룹은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미래 사업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계열사 간 합병과 분할, 지분매각을 포함한 대대적인 사업구조 재편에 나섰다. 그간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던 사업군 중 유사한 사업을 하나로 모아 집중적으로 키워나가는 것이 목표로, 이를 통해 방산·우주와 첨단 소재 등 미래 분야에 기업의 역량을 쏟을 전망이다.

특히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온 한화그룹은 올 들어 원자잿값 상승 등을 겪으며 계열사별 사장단 회의를 수시로 진행하며 대응책을 마련할 만큼 위기에 대한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3개 회사에 분산돼 있던 방산, 우주사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통합했고 지주사격인 (주)한화는 한화정밀기계를 인수하며 차세대 소재와 장비, 인프라 분야를 공략하기로 했다. 한화임팩트는 한화파워시스템을 인수해 친환경 에너지 분야 사업을 전개한다.

최근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하면서도 배터리 등 신성장사업에 대해서는 추진 속도를 더 높이라는 최정우 회장의 주문에 포스코그룹도 ‘철강’ 중심에서 벗어나기 위한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자체적으로는 수소환원제철 등을 통해 친환경 연구개발을 지속하면서 자회사를 통해서는 배터리 소재와 친환경 원자재 등 미래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주사체제 전환 후 포스코홀딩스는 차세대 배터리 관련 기업 인수나 지분투자에 나서고 있고 포스코케미칼은 배터리 소재 사업을 확대하는 중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도 단순한 상사업무에서 벗어나 투자형 사업회사로 변신하며 친환경 에너지원과 식량 등 발굴에 나섰다.

롯데그룹에서는 화학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이 체질을 바꾸고 나섰다. 배터리 소재 사업과 수소 등 신규 사업에 주력기로 하고 기존 화학사업에서는 고부가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미국 내 양극박 생산기지 설립, 배터리 관련 생산 확대 등 구체적인 사업 전개에도 속도를 내는 중이다.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기업 분할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달 자동차 부문과 건설·상사 부문으로 인적분할키로 했으며 이랜드리테일도 하이퍼마켓과 패션브랜드 부문을 각각 ‘홀푸드’ ‘글로벌패션’으로 분사할 계획이다. KT는 클라우드·인터넷데이터센터(IDC) 분야를 지난 4월 ‘KT클라우드’로 떼어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마다 여러 방법으로 새 먹거리를 찾으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며 “장기적인 판을 바꾸는 것인 만큼 기업 경영 전략 차원에서 자금과 마케팅, 경영 내외 요인 등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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