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지난해 반납한 택배 사업자 재신청…"택배 시장도 잡는다"

이윤화 기자I 2020.10.28 14:51:47

온라인 쇼핑 및 택배 수요 급증, 코로나19 등 상황 변화
네이버-CJ대한통운 제휴, 마켓컬리 등 경쟁사 의식한 듯

쿠팡 로켓배송. (사진=쿠팡)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로켓배송으로 이커머스 시장 선두를 차지한 쿠팡이 택배 사업에 재도전한다. 쿠팡 내 입점해 판매하는 물량 이외에 외부 업자들의 택배 물량이 많지 않아 사업자 등록을 자진 반납했지만, 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이 급증해 수요가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8일 유통업계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쿠팡 물류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는 지난 14일 국토부에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자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사업자는 국토부로부터 매년 자격 유지 및 차량을 늘릴 정도로 택배 수요를 소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증차(增車) 심사를 받는다. 쿠팡은 지난해 내부에 수수료를 내고 입점한 판매자들 외에 3자 물류 수요가 많지 않고, 택배 시스템 자체를 유지하는 것보다 사용자 수를 늘리고 물류 기반 시설을 제대로 확충하는 것이 더 맞는 순서라고 판단해 택배 운송사업자 자격을 반납했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온라인 쇼핑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택배사업자인 마켓컬리가 쿠팡의 일부 물량을 받아 운송을 대행하는 등 경쟁업체에게 물류를 맡겨야 하는 상황도 벌어지자 자체적으로 택배사업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또 쿠팡이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물류 시설도 전국 기반 택배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최근 충청북도 음성군 지방산업단지에 대규모 첨단물류센터인 ‘금왕 물류센터’를 설립하고 전국 로켓배송 생활권 구축을 위한 물류 인프라 확장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금왕 물류센터는 약 3만 평 규모로 오는 2021년 8월에 완공될 예정이며 총 투자 비용은 1000억원에 이른다. 또한 미국의 아마존처럼 자체적으로 개발한 물류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 기반 상품관리시스템, 작업자 동선 최적화, 친환경 장비 도입 등 막대한 투자를 해 첨단물류센터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지난해 택배 사업자 등록증을 반납할 당시에도 빠른시일 내에 시스템을 갖춰 재등록을 하겠다고 이야기 한 바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지난 9월 택배 사업자 심사 계획을 공지한 바 있다. 택배 사업자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물류 시설 및 장비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시설 및 장비 요건은 △5개 이상의 시·도에 총 30개소 이상의 영업소 △3000㎡ 이상의 1개 시설을 포함한 3개소의 화물분류시설 △물류운송 전산망 구축 △택배 운송용 허가를 받은 100대 이상의 차량 등이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라 택배 물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에 더해 쿠팡 외부 수요까지 흡수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택배 사업 재도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면서 “여기에 더해 최근 쇼핑 사업을 키우고 있는 네이버가 CJ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CJ대한통운으로 빠른 배송 역량까지 갖추자 쿠팡의 입지가 흔들릴 것을 우려한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이커머스 사업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택배 역량을 본격적으로 키워 경쟁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한편, 쿠팡이 택배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CJ대한통운, 롯데택배 등과 마찬가지로 노동자 과로사 문제와 인력 수급 방법을 찾는 문제에 직면했다. 쿠팡의 물류담당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엄성환 전무는 최근 쿠팡 경북 칠곡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사망한 고(故) 장모(27)씨 문제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종합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국회 차원에서 이번 회기 내에 ‘과로사 방지법’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택배 사업 운영과 심사 기준이 더욱 까다로워 질 것으로 보인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법은 택배 서비스사업의 등록제 도입, 택배 노동자의 처우 개선 등이 포함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법) 내용을 조정해 열악한 택배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택배기사는 근로기준법상 59조 특례법 적용을 받아 법정 근로시간을 지키지 않을 수 있었지만 이번 과로사 방지법으로 근로 시간 제약 등 조치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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