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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관리 일단 피한 금호타이어..긴박했던 21시간

피용익 기자I 2018.03.30 22:44:44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이 30일 해외 매각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를 수용함에 따라 법정관리를 일단 피하게 됐다. 다음달 1일 실시되는 찬반 투표에서는 해외 매각 찬성이 과반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채권단은 다음달 2일 중국 더블스타로의 매각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금호타이어(073240) 노사 합의는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가 종료되는 자정을 약 3시간 앞두고 극적으로 이뤄졌다. 당초 금호타이어 주 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이날 자정까지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금호타이어에 대한 법정관리를 신청할 계획이었다.

그동안 금호타이어 노조는 해외 매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채권단이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30일이 돼서도 이같은 입장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심지어 노조는 오전 6시30분부터 광주·곡성공장에서 ‘해외 매각 철회, 법정관리 반대, 국내기업 인수’를 위한 전 조합원 총파업에 돌입했다.

그러자 정부가 나섰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금호타이어 임직원,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금호타이어는 다음 주 월요일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는 외부의 지원을 받지 않으면 상환하기 어렵다”며 “법정관리로 가게 되면 일자리를 보장할 수 없고, 지역경제에도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금호타이어가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가 청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김 부총리의 호소에도 노조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전 11시30분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발언한 내용이 보도된 직후 금호타이어 노조에 변화가 감지됐다.

이 고위 관계자는 “금호타이어의 해외매각과 관련해 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간다. 설마 지방선거를 앞두고 금호타이어를 해외에 매각까지 하겠느냐는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며 “첫번째, 정부는 절대로 정치적 논리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겠다. 두번째, 정치적인 개입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금호타이어와 지역경제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승적 차원에서 노조를 포함해서 이해관계자 모두가 고통을 분담할 때”라고 말했다.

이같은 메시지가 전달되면서 노조 내부에서 다양한 논의가 오갔다. 급기야 노조 집행부는 오후 2시 광주공장에서 시작된 총파업 집회에서 해외매각에 대한 조합원들의 의견을 묻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조삼수 금호타이어 노조 대표지회장은 “이 자리는 해외매각을 반드시 분쇄한다는 각오로 싸우고 싶었던 자리였으나 지난 24일 (투자 의사를) 밝혔던 업체는 산업은행과 정부의 감시와 탄압에 더는 나타나지 않겠다고 했다”며 “여러분의 총의를 묻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오후 4시 금호타이어 노조는 사측과 정부, 채권단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광주시청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노조는 최종구 금융위원장, 이인호 산업부 1차관,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등과 5시간에 걸친 논의 끝에 해외 매각 찬반을 묻는 조합원 투표를 하겠다고 밝혔다. 자율협약 만료 시간을 3시간 앞둔 오후 9시가 돼서였다.

이로써 금호타이어는 법정관리 신청을 일단 피할 수 있게 됐다.

조합원 찬반 투표는 다음달 1일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노조가 투표 일정을 제시함에 따라 채권단 공동관리 시한을 내달 2일까지 미루기로 했다. 찬반 투표 결과는 더블스타 투자 유치 찬성이 과반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투표 결과가 매각 찬성으로 나오는 즉시 채권단과 더블스타는 투자 관련 본계약을 체결한다. 중국 타이어 판매 업체인 더블스타는 제3자 유상 증자를 통해 금호타이어 지분 45%(주당 5000원)를 6463억원에 인수할 계획이다. 인수 후 산업은행 등 8개 채권 금융기관의 금호타이어 지분율은 현행 42%에서 23.1%로 내려간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최대 주주가 되는 것이다. 채권단도 금호타이어에 시설 자금 2000억원을 대출할 계획이다. 채권단이 보유한 기존 금호타이어 채권도 만기 5년 연장 및 금리 인하를 해줘 연간 233억원의 이자를 절감해 주기로 했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왼쪽)과 조삼수 금호타이어 노조 대표지회장이 30일 오후 광주시청에서 금호타이어 노사, 채권단, 노사정이 긴급간담회를 5시간여를 진행한 끝에 ‘더블스타로 자본유치 및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해 상호 합의하고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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