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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예쁜 여자들, 무리지어 다녔다”…‘JMS 교회’ 가보니

황병서 기자I 2023.03.09 17:55:17

9일 서울 중구·서대문구 등 JMS 교회 둘러보니
‘정명석 필체’로 교회이름 쓰거나, 아예 이름 없어
주민들 “수상한 교회라 생각했는데…”
김경천 목사 “정명석 필체, ‘선생님’ 호칭 등 주의해야”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9일 오전 서울 중구 회현동의 A교회. 신도를 성폭행한 혐의로 실형을 산 정명석 교주의 기독교복음선교회(JMS) 교회로 알려진 이 곳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유리창 너머의 실내도 불빛 없이 깜깜한 상태로,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아 적막하기까지 했다. 이 근처에서 들리는 소리는 동네 주민의 웅성거림뿐이었다. 이 근방에서 20년째 살고 있다는 김모(58)씨는 “우리 동네에 JMS 교회가 있다고 해서 신기해서 와 봤다”며 “동네 사람들도 그간에 하도 수상해서 신천지인가 생각했다던데 이번에 정체가 드러났다”고 했다.

서울 회현동의 ‘정명석 필체’로 이름이 쓰인 한 교회(사진=황병서 기자)
정명석의 실체를 파헤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가 공개된 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JMS 교회’로 추정되는 전국의 교회 이름과 주소가 담긴 명단이 퍼지고 있다. JMS를 탈퇴하고 나온 사람들이 만든 커뮤니티 ‘엑소더스’ 게시판엔 JMS 교회로 추정되는 103곳 정보가 올라와 있다.

이데일리가 이날 A 교회를 비롯해 서울 서대문구의 B 교회, 경기 성남의 C 교회를 둘러본 결과, 모두 폐쇄적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 폐쇄회로(CC)TV는 물론이고 도어록에 지문인식기까지 입구에 설치돼 있었다. 종교계 한 인사는 “수개월 동안 (성경공부) 수료를 거치지 않으면 들어가지 못하게 해놓은 장치”라고 했다.

A 교회의 이름은 이른바 ‘정명석 필체(글자 아래 획을 길게 내려긋는 것이 특징)’로 쓰여 있었다. B 교회는 교회 간판이 없이 건물의 층별안내도에만 이름이 적혀 있었고, C 교회는 건물 어디에도 이름조차 없었다.

A 교회가 있는 동네의 주민 이모(64)씨는 “어제 딸이 스마트폰을 켜서 저게 정명석 글씨체라고 해서 보여줬다”라며 “수상한 교회라고는 생각했었는데 사이비 종교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라고 했다. C 교회 근처의 다른 교회를 다니는 권모(56)씨는 “기독교 신자이다보니 이 동네로 이사 올 때 다닐 교회를 알아보다 C 교회도 찾아가본 적이 있다”며 “입구에 비밀번호를 누르는 기계나, 교회 이름이 없는 게 수상해서 한 번 가고 안 갔다”고 했다.

주변 상인들의 증언도 다큐멘터리의 내용과 다르지 않았다.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정명석은 170cm 이상의 미모의 여성 신도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는데, 교회 근처 목격자들은 이러한 조건을 갖춘 여성들을 자주 봤다고 전했다.

A 교회 근처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황모씨는 “이 길이 워낙 좁아서 누가 지나가면 다 쳐다볼 수밖에 없다”며 “젊고 예쁜 여자들이 무리를 지어 자주 올라가서, 어디로 가는지 항상 궁금했다”고 말했다. 잡화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한밤중에 지하 1층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하니까 다들 굿이라도 하나 이런 생각을 했다”며 “(JMS 교회가) 예술단이 발달했다던데 연습한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 식당주인 이모씨는 “주말이면 이 좁은 골목으로 사람들이 그렇게 자주 올라간다”면서 “차를 주차할 곳이 없어 보이는데도 차들로 넘쳐나 어디로 가는 것인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JMS 초창기 멤버로 30년간 간부 생활을 하다 지난 2009년 탈퇴한 김경천 목사는 △정명석 글씨체 △‘선생님’ 호칭 사용 등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목사는 “JMS교회는 일반 건물을 경매로 사서 운영하다 보니 외관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면서도 “근처에 ‘정명석 필체’가 있거나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말투를 쓰는 신도가 있으면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요즘은 초·중·고교생들 포섭에 집중하고 있는 걸로 안다”며 “야구나 축구 등의 재능기부를 통해 인맥을 쌓은 뒤 성경공부가 필요하다고 접근하는 사람이 있다면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JMS 교회로 알려진 서울 회현동(왼쪽), 경기 성남의 교회 입구(사진=황병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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