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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SNS 규제 확대' 행정명령 서명에…"자승자박" 비판 봇물

방성훈 기자I 2020.05.29 17:22:13

트럼프, 트위터 경고딱지에 '면책권 박탈' 행정명령 서명
NYT "SNS기업, 法책임 부과시 게시물 단속 강화할 것"
"트럼프가 면책권의 가장 큰 수혜자…제발등 찍은 것"
표현의 자유 침해·재선 위한 정치행보 등 곳곳서 비판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 기업들을 겨냥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을 두고 ‘자승자박’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SNS기업들을 통제하기 위한 정치적 행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 소식을 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위협하고 있는 (SNS 기업들을 겨냥한) 처벌이 오히려 본인과 같은 이용자들 더욱 강력하게 단속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서명한 행정명령은 트위터·구글·페이스북 등 SNS 업체들에 대한 법적 보호를 없앤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기업들이 사용자의 게시물을 임의로 고치거나 삭제할 경우 법적 면책 대상에서 제외시킨다는 것이다. 그동안 SNS 기업들은 통신품위법 230조에 따라 게시물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았다. 저작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출판사와 달리 어떤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와도 법적 제재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기업들이 면책 특권을 상실하게 되면 규제를 받지 않으려고, 또 소송 등을 당하지 않으려고 게시물 단속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NYT는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도 예외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NYT는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처럼 수위를 넘나드는 게시물에 대해 더욱 민감해질 것이며 보다 적극적으로 단속에 나설 것”이라고 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행정명령에 서명하기에 앞서 SNS 기업들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되레 트럼프 대통령이 그 근거를 마련해준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편으론 지난 2016년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스캔들가 관련해 “SNS 기업들이 손을 놓고 있었다”고 비판했던 트럼프 행정부가 이제는 “함부로 게시글을 단속하지 말라”고 말을 뒤바꾼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페이스북과 트위터에게 선물을 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케이트 루안 수석 입법위원은 NYT에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 대통령은 통신품위법 230조의 가장 큰 수혜자”라며 “SNS 플랫폼이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거짓말, 명예훼손, 협박 등과 함께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리스크를 지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번 행정명령에는 미 상무부로 하여금 연방통신위원회(FCC)에 통신품위법 230조의 면책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입법 절차에 착수토록 청원하라고 지시하는 내용도 담겼다. FCC가 어떤 방식의 콘텐츠 차단이 ‘기만적이고, 거짓이며, 서비스 약관에 위배되는지’ 상세히 규정하라는 것이다. 230조 조항을 변경하거나 아예 삭제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에 구글 대변인은 “203조를 이런 식으로 약화하는 것은 미국 경제는 물론 인터넷 자유에 대한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에 위협을 가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행정명령은 또 정부의 온라인 광고비 지출을 재검토하고, SNS의 부당한 대우를 신고할 수 있도록 관련 기구를 백악관에 설치토록 했다. 이에 SNS 기업들을 통제·억압하기 위한 정치적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 케이토연구소의 매튜 피니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파괴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SNS 기업들은 온라인 상의 자유로운 정보 흐름을 말살하는 콘텐츠 검열을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피니 연구원은 그러면서 이번 행정명령이 정치적으로는 대선에서 인기가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한편 트위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논란을 촉발시킨 ‘팩트체크(사실확인) 딱지’ 제재를 이어가고 있다. 트위터는 “코로나19가 미국에서 먼저 발생한 뒤 미군에 의해 중국에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트윗에 트럼프 대통령과 동일한 경고 문구를 붙였다.

또 비무장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숨지게 한 백인 경찰을 찍은 사진이라고 주장하는 트윗 수백건에는 ‘조작됐다’는 문구를 삽입했다. 이에 대해 NYT는 “논란 이후에도 트위터는 팩트체크 제재를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제재는 오히려 이전의 두 배 수준으로 강화됐다”고 전했다.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앞으로도 부정확하거나 논란이 있는 정보들을 계속 선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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