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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세 덜 내려 편법·분할 증여 '딱 걸렸다"

김용운 기자I 2019.11.28 16:28:38
①미성년자(만 18세) A는 증여세를 낮추기 위해 부모 소유의 금전으로 추정되는 6억원을 부모와 친족 4명(각 1억원)에게 분할 증여받아 ②임대보증금 5억원을 포함하여 11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매수 ⇒ 편법·분할증여 의심사례로국세청 통보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서울 서초구에 사는 미성년자(만18세) A씨는 지난 여름 서울에 있는 시세 11억원짜리 아파트를 샀다. 미성년자라 수입이 없었지만 부모와 친척 4명으로부터 1억원씩 총 6억원을 받아 전세 5억원을 끼고 집을 산 것이다. A씨는 증여세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편법을 썼다. 과세표준 기준으로 1억원 증여를 받을 경우 증여세율은 10%를 적용받지만 6억원을 증여받으면 증여세율이 30%로 높아진다. A씨는 이러한 편법을 통해 증여세를 1억8000만원이 아닌 6000만원만 냈다. 국세청에 편법 증여 사례로 통보가 됐기 대문이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가 고강도 실거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8일 정부 합동조사팀은 지난달 11일부터 실시한 ‘서울 지역 관계기관’ 합동조사 1차 결과 발표에서 탈세의심 사례 532건, 불법대출 의심 사례 23건 적발해 국세청과 관계기관에 각각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는 3년래 최대치다.

이번 조사 대상은 지난 8~9월 거래된 공동주택 2만8140건으로 이 중 ‘부동산거래신고법’ 위반 가능성이 큰 2228건을 추출해 이중 매매 계약이 완결된 1536건을 우선 조사했다.

이 가운데 빌린돈이 너무 많거나 미성년자 거래 등 자금 출처 편법증여 의심 사례가 1360건으로 가장 많다. 법령 위반 의심사례도 176건이었다. 거래금액 별로는 9억원 이상이 570건, 6억원 이상 9억원 미만 406건, 6억원 미만 560건 이었다. 지역별로는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강남 4구가 550건, 마포·용산·성동·서대문구가 238건, 그 외 17개 구는 748건이었다.

1360건 가운데 탈세 의심 사례 532건에 대해서는 국세청이 과세정보 시스템과 연계해 자금 출처 등을 분석하게 된다. 이 결과 편법 증여와 탈루 혐의가 확인되면 세무검증과 과태료 처분 등의 조치를 취한다. 추가로 증여세도 추징한다. A씨의 경우 내지 않은 증여세 1억2000만원에 과태료까지 내야 하는 상황이다.

대출 규정 미준수 의심사례 23건은 금융위와 행안부, 금감원 등이 현장조사에 나서 규정 위반이 확인되면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대출금 회수 조치를 취한다. 서울시는 허위 신고 등으로 부동산거래신고법을 위반한 10건에 대해서는 최대 총 2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합동조사팀은 지난 10월에 신고된 공동주택 거래 1만 6711건에 대해서도 1247건을 이상거래 사례로 추출해 소명자료를 받아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와 별개로 내년 2월부터는 국토부와 한국감정원 중심으로 약 20명 규모의 부동산 실거래상설조사팀을 구성해 전국의 실거래 신고를 실시간 모니터하며 이상 거래가 확인되는 경우 즉시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정책실장은 “국세청과 긴밀한 협조 속에서 국세청이 제시한 가이드 라인에 따라 조사를 했다”며 “앞으로도 국세청과 공조를 통해 부동산 이상거래와 편법 증여 등을 계속 감시하고 적발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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