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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부양책 목마른 중국…인민은행, 지준율 0.5bp 인하(상보)

이명철 기자I 2024.01.24 17:45:06

사실상 기준금리 동결 결정 이틀만 지준율 인하 발표
인민은행 총재 “통화정책 여지 충분해” 자신감 표출
외신 “투자자 출구 기회 될수도, 구조적 문제 해결해야”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본격적인 통화정책 완화에 나선다.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을 동결하면서 시장에 실망감이 반영되자 지급준비율(지준율·RRR) 인하 카드를 꺼낸 것이다. 금융시장 활성화를 위한 중국 정부의 부양 조치가 잇따를지 주목된다.

중국 인민은행.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4일 중국 경제 매체 펑파이, 이차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판공성 인민은행 총재는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다음달 5일부터 지준율을 0.5%포인트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인민은행이 지준율을 낮춘 것은 지난해 9월(10.75%→10.50%)이 마지막이다.

지준율은 중국 은행들이 예치하고 있는 예금 중 인민은행에 적립해야 하는 현금 비중을 의미한다. 인민은행이 지준율을 낮추면 그만큼 은행이 시중에 풀 수 있는 자금 규모가 늘어 유동성 공급 효과를 낸다. 인민은행은 이와 함께 이달 25일부터는 농업 분야 지원을 위한 재대출 및 재할인 금리도 각각 0.25%포인트씩 낮추기로 했다.

중국은 그동안 경제 불확실성에 휩싸이면서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정부 차원의 통화·재정정책 요구가 높아졌다. 판 총재도 올해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지난해와 같이 완화적인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 기대와 달리 연초 중국의 통화정책은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인민은행은 이달 15일 시중은행에 1년간 단기자금을 융통하는 정책금리인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2.50%로 동결한 바 있다. 이어 22일 LPR 1년 만기는 3.45%, 5년 만기는 4.2%로 결정해 장기간 동결 기조를 이어갔다.

당초 시장에서는 인민은행이 MLF를 인하하고 LPR을 낮춰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위안화 약세를 우려한 인민은행이 금리 인하를 미루면서 정책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에 중국이 LPR을 발표한 22일 중국 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인민은행이 LPR 동결을 결정한 후 곧바로 지준율 인하에 나선 이유는 완화적인 통화정책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판 총재는 “중국의 통화정책은 아직 충분한 여지가 있다”며 “장단기 안정적인 성장과 위험 예방, 내외부 균형, 경기 대응 조정을 강화해 경제 운영에 좋은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중국은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0.2%로 디플레이선(물가 하락) 위기에 놓인 상태다. 고물가에 시달리며 고금리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이나 한국 등에 비해선 금리 인하 여지가 충분하다는 평가다.

이에 위안화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LPR은 유지하면서 지준율 인하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 소비를 독려함으로써 경기 진작을 도모하려는 방안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인민은행 총재가 기자회견을 통해 지준율 인하를 발표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그만큼 시장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인식이 중대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국 증시 등 시장 회복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자산운용사 토크빌파이낸스의 아시아 주식 책임자인 케빈 넷은 블룸버그에 “지준율 인하는 투자심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부동산 시장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더 많은 정책이 없다면 일부는 출구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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