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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리더십 주도"…SK하이닉스의 '덩치 키우기'

이준기 기자I 2022.03.30 18:02:34

컨소시엄 구성해 英ARM 인수 검토
"솔리다임·SSD사업 점진적 통합..시너지 기대"
공정위 키파운드리 인수 승인…中 몽니는 복병
SK하이닉스 주총…박정호 부사장의 '자신감'

[이데일리 이준기 조용석 기자]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우선 인수 1단계 절차를 끝낸 자회사 솔리다임(옛 인텔 낸드사업부)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을 점진적으로 통합하기로 했다. 특히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자산(IP) 업체인 영국 ARM을 공동 인수하는 방안까지 추진 중이다. 여기에 국내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키파운드리 인수 작업도 첫발을 떼는 등 본격적인 시너지 극대화 작업에 나선 모양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30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회사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IP 설계’ ARM 인수 추진…첨단 AP 생산 염두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30일 경기 이천 본사에서 진행한 주주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ARM 인수는) SK하이닉스 혼자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만큼 다른 기업과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에 본사를 둔 ARM은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자산 업체로 삼성전자와 퀄컴, 브로드컴, 미디어텍 등 반도체 업체들에 코어 설계 기술을 라이선스 형태로 제공한 뒤 사용료를 받고 있다. 코어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비롯한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안에 들어가 두뇌 역할을 하는 설계 기술을 말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미래 먹거리 창출을 고심하고 있는 SK하이닉스로선 최적의 판단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를 만든 뒤 스마트폰과 PC 등 다양한 셋트(완성품) 업체에 공급하는 SK하이닉스로선 ARM이 보유한 컴퓨팅 아키텍처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앞으로 전개하게 될 다양한 반도체 관련 신사업에 대한 이해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ARM으로부터 반도체 설계자산을 고가로 구매해야 하는 일도 없어진다는 장점도 있다.

SK스퀘어 대표이사이기도 한 박 부회장은 지난 28일 SK스퀘어 주주총회에서도 “ARM을 사고는 싶다. 꼭 최대 주주가 돼서 컨트롤하는 걸 목표로 하지 않아도 된다”며 ARM 인수에 적극적인 바람을 피력했었다. 다만, 이와 관련해 SK하이닉스 측은 “구체적인 인수·합병(M&A) 계획이 아닌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박 부회장은 주총에서 “솔리다임과 SSD 사업 통합을 통해 글로벌 운영 체계를 강화하고 낸드플래시 사업을 더욱 성장시키겠다”고 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2월 낸드플래시 사업 성장을 위해 인텔 낸드사업부 1단계 인수 절차를 마친 뒤 자회사 ‘솔리다임’을 출범시켰다.

공교롭게도 이날 우리 경쟁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는 SK하이닉스가 키파운드리 인수하는 건을 심사한 결과, 시장 경쟁 제한 우려가 없어 승인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키파운드리는 반도체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업체들로부터 설계도를 받아 반도체 생산을 담당하는 파운드리 사업에 주력한다.

SK하이닉스는 매그나칩반도체로부터 키파운드리 주식 100%를 5758억원에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한 뒤 지난해 12월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만약 인수를 마칠 경우, SK하이닉스 반도체 파운드리 생산능력은 8인치 웨이퍼(원판) 기준 2배 정도 커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인텔 낸드사업부 및 키파운드리 인수는 박 부회장이 이날 주총에서 “글로벌 반도체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시대와 환경에 끌려가기보다 변화를 주도하겠다. 출범 10주년을 맞이한 SK하이닉스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으로 성장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낸 배경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박 부회장은 “지난 시간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일류 기술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도 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30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회사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키파운드리 인수도 첫발…中 몽니 ‘최대 복병’

그러나 키파운드리 인수는 중국 등 주요국 경쟁당국의 심사라는 복병도 존재해 있다. 미국·중국 간 패권경쟁 등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자칫 중국이 몽니를 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만만찮은 탓이다.

지난해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사업부를 인수할 당시 중국을 포함한 총 8개국 경쟁당국의 심사를 받았는데, 중국은 SK하이닉스의 애간장을 태우며 이들 국가 중 가장 마지막으로 인수 승인 결정을 내린 것과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인수·합병(M&A) 업계 관계자는 “키파운드리 인수 건은 공정거래 법리로 봤을 때 별다른 이슈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가장 큰 문제는 중국 심사과정에서 엉뚱한 사안을 끌어들여 문제 삼는 등 지지부진하게 승인을 미를 수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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