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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수입차 딜러가 자동차정비소 차린 사연

김호준 기자I 2020.08.10 16:06:16

YG모터스 최주엽·한성구 대표
자동차 정비 분야 최고 수준 자격증 보유
포르쉐·아우디 등 고급 차종 정비 주력
"전기차 시대 자동차정비소 생존 준비"

10일 서울 성동구 YG모터스에서 만난 최주엽(오른쪽)·한성구 대표. (사진=김호준 기자)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전기차 시대 자동차정비소의 생존법을 고민 중입니다.”

10일 서울 성동구 YG모터스에서 만난 최주엽(40) 대표는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엔진이나 미션 등 일반 카센터에서 수리할 수 있는 핵심 부속품이 없다”며 “앞으로는 자동차정비사 스스로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나 모터 등 기술을 공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2018년 최주엽·한상구 공동대표가 창업한 YG모터스는 포르쉐와 벤츠, 아우디, BMW 등 고급 수입차 정비에 특화한 업체다. 포르쉐 한국 공식 딜러사인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SSCL)에서 각각 딜러와 정비 업무를 맡던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세웠다. 최 대표는 “포르쉐 같은 고급 수입차는 정식 서비스 센터가 많지 않아 고객들은 늘 오래 기다려야만 했다”며 “정식 서비스 센터의 기술력과 서비스를 좀 더 빠르게 고객에게 제공하고 싶어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회사에서는 올라갈 수 있는 곳이 정해져 있지만, 자동차정비 분야는 기술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더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두 대표는 모두 수입차 정비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 최 대표는 국민대에서 자동차 바이오 디젤기관 연구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2004년 메르세데스-벤츠 공식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에 입사해 딜러와 보증업무, 기술지원팀 등을 거쳤다. 2012년에는 자동차 정비 분야 최고 권위인 ‘자동차정비기능장’ 자격도 취득했다. 자동차정비기능장은 9년 이상 관련 경력을 보유하고 까다로운 필기·실기 시험을 통과해야만 한다. 1983년 자격 제도가 생긴 이후 이를 취득한 인원은 총 4000여 명에 불과하다.

공동창업자인 한 대표는 2012년 한성자동차 계열사인 SSCL에 입사, 포르쉐 독일 본사에서 인증하는 정비 분야 자격증 ‘ZPT’(Zertifizierter Porsche Techniker)를 획득했다. ZPT 보유자 중에서도 일정한 시험을 통과하고 5년 이상 정비 업무 경력자에게만 수여하는 ‘골드’ 레벨 정비사다. 이 같은 두 대표의 기술력 덕분에 YG모터스에는 포르쉐, 벤츠, 아우디 등 고급 수입차 ‘오너’들의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지인 소개와 입소문을 타고 방문하는 고객들이 늘면서 창업 이후 꾸준하게 월 매출이 5~10%씩 늘고 있다. 고객 중에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연예인이나 예술가도 많다.

10일 서울 성동구 YG모터스에서 최주엽(오른쪽), 한성구 대표가 포르쉐 차량을 정비하고 있다. (사진=김호준 기자)
최 대표는 “포르쉐를 주력으로 정비하고 있지만, 벤츠나 아우디 등 다른 고급 브랜드 차량도 모두 아우르고 있다”며 “예약제로 운영하면서 하루 최대 5명밖에 고객을 못 받고 있지만 신규 고객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터뷰 도중에도 끊임없이 고객들로부터 문의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수입차 정비로 유명한 카센터가 서울 내 몇 군데 있는데, 그곳에서도 만족하지 못한 분들이 저희 쪽에 와 기술력이나 합리적인 가격에 만족하고 갈 때 특히 기쁘다”고 했다.

수입차 정비 분야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YG모터스의 눈은 전기차로 향하고 있다. 정부의 친환경자동차 보급 정책에 발맞춰 국내 전기차 보급이 늘고 있지만, 아직 전기차 정비를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정비소는 거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기차 관련 자격증인 ‘그린전동자동차기사’ 제도를 지난 2014년부터 시행 중이지만, 지난해 기준 이 자격을 보유한 사람은 국내 62명에 불과하다.

이처럼 전기차 정비 인력이 부족한 탓에 전기차 사용자는 사소한 문제가 생겨도 정식 서비스 센터를 찾아야 한다. 수리에도 최소 수개월 이상이 걸려 사용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반 자동차정비소 입장에서는 전기차 보급이 늘어날수록 그만큼 일감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실제로 전기차 보급이 가장 활성화한 제주도의 경우, 지난해 기준 최근 5년간 자동차정비소 5곳 중 1곳이 문을 닫은 것으로 집계됐다.

최 대표는 “내연기관 자동차가 줄어들수록 엔진이나 미션 수리, 소모품 교환 등 그간 정비소의 ‘먹거리’도 줄어든다”고 우려했다. 다만 그는 “일반 정비소에서 전기차 정비를 담당할만한 분야를 연구해 미리 기술력을 쌓아두면 분명히 틈새시장이 있을 것”이라며 “우선 전기차에 들어가는 모터, 인버터, 배터리, 충전기 등과 관련한 서적이나 논문을 참조하면서, 완성차업계의 전기차 변화 동향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자동차정비사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인식도 개선하고 싶다고 했다. 자동차정비는 여전히 ‘3D’ 분야라는 고정관념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그는 “자동차정비는 기계부터 화학, 물리, 유체역학 등을 알아야 수행할 수 있는 기술집약적인 학문”이라며 “그러나 여전히 자동차정비소를 운영한다고 하면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많다”고 토로했다.

끝으로 최 대표는 “전기차에 이어 자율주행차 보급이 본격화하면 자동차정비사는 정보기술(IT)까지 습득해야 한다”며 “자동차 산업의 변화가 빠른 만큼, 정부도 정비 인력 육성이나 자동차정비 업계 발전을 위한 체계적인 방안을 제시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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